[김소봉 칼럼]지록위마의 뜻 깊이 새겨야

  • 입력 2015.01.06 18:30
  • 수정 2015.01.11 19:56
  • 기자명 /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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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 해는 너무나 많은 인재(人災)들이 국민들을 그로키 상태로 내몰았다. 진실을 행하는 사람들은 적고 갑질과 거짓을 행하는 자는 많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반대편을 죽이기 위한 간계라는 고사성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사슴이 말이 될 수 없음에도 힘 있는 자들이 사슴을 말이라고 하면 곧 말이 되고 마는 세상이 되었다.

 아부의 한계를 넘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갑질 편승 풍조가 국가공론과 사회공론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다.

 이백, 두보, 소동파, 한휴와 더불어 중국 역사 속에서 시성(詩聖)이자 문장가로 불리는 선비 중에 백낙천(호 백거이; 772-846)이란 사람이 있다, 그가 항주자사(항주자사: 항저우성장)로 부임했을 때 고을의 관장이나 유지들은 모두 하례인사를 하러 왔는데 고승으로 추앙받는 조과 도림 선사(道林禪師:741-824)라는 분만이 오지 않았다.

 ‘밀린다 왕문경’에 나오는 ‘메난드로스 박트리아대제’와 ‘나가세나’라는 수행자와의 얘기와 비슷한 일화다.

 사찰의 주지가 자사(관찰사)의 부임에도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자 화가 치민 백 자사가 직접 도림 선사의 도력을 저울질 해보기 위해 절을 찾아 나섰다.

 사중(寺中)에 들어서자 선사는 항상 하던 대로 나무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선사의 삼매경은 마조(馬祖) 선사의 맥을 이은 수행자답게 한번 나무에 올라가면 며칠이고 움직이지 않고 참선을 했기 때문에 새들이 그 머리에 둥지를 틀 정도였다,

 이른 본 자사가 인기척을 하자 비로소 선사가 눈을 뜨며 쳐다봤다. 자사가 보기에도 위험해 보여“ 너무 위태롭지 않습니까? 내려오시지요.”라고 하자 “내가 보기에는 그대가 더 위태롭게 보이오?”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나는 땅을 딛고 서 있고 선사께서는 나뭇가지에 앉아 계시는데 그 쪽이 더 위험하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하자 “생과 사는 호흡지간에 있으니 여기 있으나 거기 있으나 숨이 돌아오지 않으면 죽는 건 매 마찬가지고 그대가 관리라면 조석으로 변하는 세상인심에 매달려 티끌 같은 권세로 명리를 추구하다 낙마하는 것이 더 위태롭지 않습니까?”라고 내뱉자 백 자사가 나무 밑 맨 땅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며 그 뒤로 도림 선사를 스승으로 모셨다고 전한다.

 ‘밀린다 왕문경’에서도 밀린다 왕 역시 자신보다 백성들이 나가세나라는 수행자를 더 존경하는 것을 알고는 하루는 궁으로 그를 불러들여 이렇게 위협했다.

 “그대가 오늘 나와의 대론에서 진다면 살아서 궁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에 나가세나가 태연자약하게 말하길“제게는 담론을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왕께서는 어느 쪽을 택하시렵니까?”라고 묻자 “그 두 가지가 뭔가?”라고 반문하자 “예, 하나는 제왕의 담론이고 하나는 현자의 담론인데 제왕의 담론은 담론에서 밀리면 제왕의 권력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며 현자의 담론은 서로의 견해가 다르고 담론에서 상대에게 밀린다 해도 상대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 드는 것, 이것이 현자의 담론입니다. 대왕께서 먼저 순서를 고르소서” 라고 권하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세나를 성석으로 모시고 제자로서의 예를 갖췄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윤리도덕은 실종되고 군에서부터 사법부와 교육계 등에도 성추문이 만연되고 부패와 비리는 썩은 생선처럼 코를 찌른다.

 이런 세상이다 보니 도지사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공보관조차 도정과 지사를 비판한다며 일간지의 편집국장에게 죽인다는 폭언을 거침없이 내 뱉는 어처구니없는 시절이 됐다.

 이게 민선이라 이름 붙인 경남도정의 현주소다. 잘못된 언행을 고치고 사과하는 것은 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기는 것인데도 말이다.

 도민들이 아는 한 홍준표 지사는 모래시계의 주인공인 정의의 대명사였고 안상수 창원 시장 역시 박종철 군 사건을 만천하에 밝혀내 민주주의 물꼬를 튼 분이였다.

 새해를 맞아 그 두 분과 도내 시장, 군수들이 내건 공약은 초심으로 돌아간 듯 의욕에 차 있고 신선한 느낌이다.

 작은 흠은 화씨벽이란 옥에도 있는 것이다. 불편했던 과거가 있었다면 피아간에 잊고 올해는 모든 단체장들과 도민들이 하나 되어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화합과 상생의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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