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국민들은 경찰을 사랑한다

  • 입력 2015.02.15 16:45
  • 기자명 /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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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면 설날이다. 명절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 살아계시는 부모님과 친인척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날이다. 모든 도로가 고속도로건 지방도건 고향 가는 길이 실타래처럼 뒤엉켜도 혼란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은 훈훈한 미풍양속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닷새나 쉬는 휴일은 국민들에게는 즐겁지만 국민들이 쉬는 명절에는 오히려 쉬지 못하는 조직이 있는데 범죄나 치안유지의 임무를 맡은 경찰관들이다. 2004년 6월이니 10년도 지난 일이다. 경남지역 경찰서 홈페이지를 들춰보다 한 경찰이 모 소속경찰서 게시판에 올린 독백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여, 불어 터진 라면을 먹어 본 적이 있나?’ 란 제하의 리플 같은 글 몇 자에 눈물이 쏟아졌다. 젊은 새내기 경찰이 저녁은커녕 관내 순찰을 반복하다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라면을 하나 끓였는데 먹기도 전에 출동이 반복돼 나중 손가락마디처럼 불어터진 라면을 먹으며 친구에게 독백을 늘어놓는 하소연이었는데 그 상황이 군에 근무하는 내 아들의 얼굴과 겹쳐져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운 적이 있었다, 그 이튿날 빵과 케익 음료수를 한 보따리를 구입해 그 경찰관이 근무하는 방범지구대에 익명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한때 필자는 경찰의 저격수라고 수근 거릴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칼럼니스트였다. 그 시절 지나친 함정단속으로 오후 3~4시면 모든 경찰들은 예방치안이나 계몽치안은 제쳐두고 거리로 몰려나와 국민을 투망으로 물고기 잡듯 도로단속 치안에만 힘쓰던 때였다. 그렇게 거둬들인 벌과금으로 국가재정을 메꾸려한다는 비판에서부터 심지어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도둑고양이’라고 날선 비난을 가했다.

 이에 맞서 흥분한 열혈경찰들이 공격수로 나서서 ‘과잉단속과 함정단속이 아니라 당연한 치안질서 아니냐?’라는 반론과 ‘국민을 볼모로 한 공권력 남용의 털기 수법이 아니냐?’라는 필자와 경찰들 간의 반박논쟁이 언론사의 게시판을 상당기간 뜨겁게 달구던 10여년 전의 일들이 명절이 다가오니 다시 떠올라 미소를 짓는다.

 정말로 경찰이 미워서 비판의 화살을 날렸겠는가? 정권에 부화뇌동하는 소수 정치경찰이나 승진에 연연해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모는 소수 과유불급형의 경찰을 향한 쓴 소리였을 뿐이다. 변호인이란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이근안 경감’ 같은 치들은 어느 조직에나 있게 마련이다.

 개인의 영달과 치부를 위해 존재하는 인간들은 경찰보다 오히려 다른 정부조직 쪽에 더 많은데도 유달리 소수의 일탈에 경찰이 타깃이 되는 이유는 국민과 너무 가까워서 그럴 것이다. 사랑이 변하면 증오로 돌변하듯 국민이 가장 믿고 있는 조직이 경찰이기에 조그마한 일에도 침소봉대돼 미디어매체를 장식할 때는 필자도 언론인이지만 보도의 공평성에서 벗어난다는 자책을 할 때가 있었다.

 견공도 편히 잠든 깊은 밤, 신발 끈도 풀지 못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은 군과 경찰, 119 소방경찰, 해양경찰들이다. 경찰이라 이름 붙은 사람들에겐 명절이 귀향은커녕 가장 힘들고 더 고된 시간이다. 고속도로나 지방도로가 정체돼 있을 때 교통정리를 하며 땀을 흘리는 경찰이나 밤늦은 시각 불 켜진 방범지구대에 근무하는 당직자들에게 음료수나 빵이라도 건네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119구급대나 소방차, 경찰차의 경광등 소리가 들리면 즉시 도로 좌우편으로 비켜주어야 한다.

 얼마 전 2.87km의 긴 포항 유강 터널 안에서 119화재구급차량에 신속하게 좌우로 길을 터주는 배려는 모든 오너들이 숙지해야 될 운전매너에 속한다. 내 집에 불이 났거나 강도가 침입했을 때 아파트 소방차 지정구역이나 좁은 골목 소방도로에 불법 주차한 내 차 때문에 자신과 이웃들의 재산과 인명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늦은 밤, 불어터진 라면을먹으며 국민을 지키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우리의 자식들이요 친지인 경찰들이다. 설날에 수고하는 그분들에게 국민들 대다수는 당신들을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얘길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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