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군항제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며

  • 입력 2015.03.17 16:02
  • 기자명 본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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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벚꽃은 화관무를 추는 무희처럼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군항제는 그 무대 속의 주역이다. 올해로 53회째를 맞는 지천명의 나이임에도 갈수록 빛이 나는 이유는 축제의 주체성과 정체성인 이 충무공의 호국정신이 온전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불멸의 이순신을 기리는 행사를 50여 년 동안 가까이 이끌어온 실질적 주체는‘(사)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이사장 임용철)’라는 문화단체다.

 그러나 모든 행사와 행사주관의 조직 속엔 바이러스 균들이 기생하게 마련이듯 53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도 군항제가 시민들로부터 돈독한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통합 전의 진해시는 재정이 부족했고 행사를 위해서는 협찬이 필요했는데 관의 강요에 가까운 협찬, 시민의 소유인 도로를 풍물시장에 팔아 군자금(?)을 대는 과정에서 지역의 조폭들과, 공무원과, 정치인들, 집행부가 행사보다는 자신들의 갑질이나 이익추구에 혈안이 돼 행사를 망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건데 누구의 소유라 할지라도 맑은 샘의 밑바닥은 모래이고 푸른 호수의 밑바닥은 개펄이다.

 모래와 개펄이 두텁게 쌓이면 치워서 맑은 물을 보존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분들이 있었기에 군항제가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행사로 성장하게 됐다는 공을 잊으면 안 된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통합시장이 된 뒤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이하 선양회)는 49회를 끝으로 행사주체가 바뀌고 말았다.

 들리는 얘기론 예산사용 문제를 놓고 지나친 행사담당 창원시 공무원의 월권을 보다 못한 회원들이 박 시장을 직접 성토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결정적인 원인제공을 했다는 사실이 진실에 가까운 얘기라는 여론들이다.

 각설하고, 통합창원시가 된 뒤 모든 단체들이 하나로 흡수통합 되면서도 문화원만은 창원, 마산, 진해에 따로 존속시키는 이유는 문화는 그 민족과 지역의 탯줄이자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부모형제가 몰라볼 정도로 얼굴을 리모델링하는 성형이 대세를 이루는 세상에서 자연 미인을 구하기가 어렵듯 갑자기 바뀐 군항제 주최의 성형은 예전보다도 더 못한 실패작이라고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새로운 ‘군항제축제위원회’를 이끄는 분들이 문화예술인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강한 분들이며 50여 년의 군항제 역사에 기여를 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선양회는 고 김종문 이사장 때부터 제자리를 잡아갔다. 남성점유물인 선양회에 여성회원을 영입시켜 차별 없는 양성평등의 호국정신을 최초로 접목시켰고 현 임용철 이사장은 오랜 기간 선양회에 몸담아온 경륜과 지혜로 여성이사를 처음으로 영입해 선양회에 신선한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현재는 고 김종문 이사장 때의 주체들이 모두 물러가고 임용철 이사장체재로 바뀜으로써 경륜은 배가되고 행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지만 지난 2013년도에 추모대제와 승전행사를 끝으로 들러리 행사는 할 수 없다는 회원들과 시민여론에 밀려 2014년에는 단 한 건의 행사도 치루지 않았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식민지 정책에 성공한 것은 그 나라의 정체성인 전통문화에는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며 일본이 식민지정책에 실패한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말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듯 누가 뭐래도 진해의 상징은 군항제며 군항제의 주체는 몇 년 전 통합을 등에 업고 발족한 ‘군항제축제위원회’가 아니라 50여 년의 역사 동안 군항제를 국, 내외적으로 성장시켜온 ‘(사)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들은 드물다.

 모든 일에는 공과가 따르게 마련이다. 공과 과는 언제나 표리의 관계로 얽혀있다. 어느 정권도 어느 조직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공과가 맞물려있다. 그러나 공이 크면 과는 묻어두는 게 세상사의 이치인데도 창원시는 상식적인 비판 하나를 트집 잡아 오랜 진해의 문화이자 역사인 군항제의 정체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탕평을 일류창원도시의 슬로건으로 내건 안상수 시장께선 군항제 행사를 선양회로 복원시켜 2015년에도 2013년처럼 중요한 행사는 선양회에서 치르도록 배려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진해시민들이 바라는 탕평이자 염원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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