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엽장목(一葉障目)

  • 입력 2015.03.25 17:34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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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 쓴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갈천자 천칙(天則)편의 이야기이다.

 옛날 초나라 땅에 가난한 한 서생(書生)이 있었다. 그는 회남자(淮南子)를 읽고 사마귀 벌레가 매미를 잡을 때 나뭇잎에 몸을 숨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그 나무를 찾아 잎사귀를 모조리 따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나뭇잎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 체 아내에게 자기의 모습이 보이는지 물어보았다.

 처음 그의 아내는 “다 보인다”고 대답했으나, 남편이 계속 이렇게 눈을 가리고 다니자 어찌나 보기 싫었던지 “그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버렸다.

 아내의 말에 자신감이 생긴 서생은 잎사귀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길거리로 나갔다. 그는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심문하는 관리에게 “나뭇잎으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당신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로부터 미친 놈 대접을 받았다.

 일엽장목(一葉障目)은 ‘나뭇잎 하나에 눈이 가린다’는 뜻으로,‘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일에 현혹돼 문제의 본질이나 전모를 놓치기 쉬움’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도 하나의 나무잎으로 눈을 가리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세상을 훔치는 사람들이 많다.

 산청군의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적정규모 학교통합’이다. 산청군에는 학생 수에 비해 학교 수가 너무 많다.

 지난 2013년도에 한번 시행했으나 관계 행정기관의 홍보부족으로 인해 한차례 무산된바 있어, 산청군의 적정규모 학교 통합은 지난해 80%가 넘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다시 통합운동을 시작했으며, 그동안 여러 가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이제 이달말 통합 찬반에 대한 공표를 앞두고 있다.

 산청군에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적정규모 학교통합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정책적인 강제 통합이 아니고 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가는 시골의 현상에 대해, 작은 학교들을 통합해 다양한 인센티브로 그야말로‘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학부모들의 뜻을 물어 보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내 아이들에게 무상교육을 시켜 주겠다는데 반대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상’과 ‘논리’로 무장한 반대하는 이들은 ‘학생’들은 없고 그저 반대만이 있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준비와 홍보가 부족 했다는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도 수긍이 가지만 그 문제는 찬성하는 이들에게 마찬가지다. 반대론자들은 “정정규모가 넘는다·홍보를 더 해야 한다·건설업자 등 토호세력들만 좋아진다” 등등 이유를 대면서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무상교육의 실현인데 규모가 넘으면 어떻고, 홍보가 좀 부족하면 어떤가? 그래놓고 그들은 무상급식 투쟁을 펼치고 있다. 통합이 되면 다 해결 될 일을 가지고 아이러니 하다.

 어떤 학교는 전교생이 12명이며, 또 다른 학교는 20명이다. 물론 출신학교가 없어지는 졸업생들의 안타까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봐서 지역의 다음세대들은 학비 걱정, 교복걱정, 급식비 걱정 없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회가 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학부모들의 직무유기요 학생들에 대한 방관과 무책임이라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방문 연설 때 어눌한 말투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미국대사 니퍼트씨도 퇴원 회견에서 역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기자도 그 말을 참 좋아한다.

 우리도 ‘같이 가자’ 어떠한 이슈가 있을 때, 찬성도 반대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해서 아이들에게 진정 이로울 것을 선택해서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같이’ 할 때 그 ‘가치’는 분명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가 오바마와 니퍼트와 같이 가자는 것이 아님은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 사는 모든 이들이 같이 가야 할 것이다. 그것마저 싫으면 오바마와 같이 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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