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창간 아홉 돌에 부쳐

  • 입력 2015.04.02 20:11
  • 수정 2015.04.05 16:45
  • 기자명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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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이란 어떤 경우에도 비판의 끈을 놓지 않을 때라야 생명력을 유지한다. 국민이 왕이 되고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장이나 관리들이 시종이 될 때 그 국가와 사회를 일컬어 비로소 민주국가라고 말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왕이 되길 바라는가? 공복으로 국민들 곁에 남길 바라는가?

 이 말은 50년 동안 백악관을 출입하며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칼럼니스트이자 기자였던 ‘헬렌 토머스(Helen Tomas 1920. 8. 4~2013. 7. 20) 가 던진 화두다. 92세로 타계한 노 여기자의 필검은 50년 동안 녹슨 적이 없었다. 논객이나 기자가 “대통령과 정치인과 공직의 수장에게 던지는 거친 질문이나 비판은 무례하지 않다”며 항상 독설을 퍼부었음에도 단 한번도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적이 없다.

 비판을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파쇼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판받는 걸 두려워하고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기면 상대를 무조건 적으로 간주한다. 겸손하다면 그럴 이유가 없을텐데 말이다. 그것은 심각한 권력공황 증세이자 정신질환 중에서도 최악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에서도 비판을 가하는 해당기자를 3년 동안이나 출입하지 못하게 한 적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있었는데 그 기자가 헬렌 토머스였다. 부시 대통령은 모든 기자의 질문을 받고 답하면서도 헬렌 토머스 기자에게는 질문의 기회를 박탈했다.

 즉, 왕따 시킨 것이다. 주변에서 분하지 않느냐? 라고 하자 “대통령은 겁쟁이며 나를 두려워한다. 오사마 빈 라덴에게는 덤벼도 내게는 덤비지 못한다”라고 대범하게 웃어넘기자 모든 기자들이 그녀의 저널정신을 존경하고 배웠다. 이것이 바로 기자와 칼럼니스트가 지키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공기로서의 자긍심이며 투철한 기자정신이자 논객정신이다.

 어느 국가건 지방정부건 기초단체건 조직이건 그들은 자신들의 부패와 권력남용과 치부를 들쑤시는 언론을 기피한다. 그리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그들만의 비자금(?)을 채찍과 당근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민과 도민·시·군민의 혈세나 공금이 그렇게 집행돼선 안 되지 않나?

 금번 ‘홍준표 경남지사’가 해외순방에 나가 골프를 쳤다고 거의 모든 미디어 매체나 많은 시민단체들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골프는 대중적 스포츠로 지금은 말단 공직자와 군의 부사관 들이나 중산층도 즐겨하는 운동이다. 미국은 특별한 정상들은 백악관보다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곳에 초치해 골프를 치며 자국의 이익과 이해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노련한 다중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런 경우에는 골프는 유흥이 아니라 공식 업무로 생각된다. 공직업무시간이나 국가 애도일에 골프를 친 공인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홍 지사의 골프소동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다. 홍준표 지사의 항변처럼 필자도 홍 지사의 골프반론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국민이나 도민의 여론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독불장군 격인 공인으로서의 품격엔 동의할 수 없으며 홍 지사가 비판여론을 이해시키기 보다는 진보세력이나 무상급식에 선 반대편들의 사보타주라고 맞불 작전을 펴 작은 불씨를 오히려 크게 키우고 있는 게 아쉽다.

 공인으로서 절제되지 않은 언행에 비난도 따르지만 쉽지 않은 도정개혁과 도정발전, 해이된 공직기강을 읍참마속이나 쾌도난마식으로 과감하게 바로잡은 홍 지사의 공 또한 적다고 할 수 없다.

 ‘경남연합일보’가 창간 9주년 맞았다. 지역신문으로 재정상의 어려움과 견제와 왕따를 받으면서 이뤄낸 결과이기에 더 값지게 여겨진다. 튼튼한 뿌리에서 돋아난 아홉 개의 굵은 가지에서는 국민과 도민들이 바라는 편견과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지향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릴 것이다.

 또한 필자가 왕처럼 존경했던 ‘헬렌 토머스 기자’의 영면을 뒤늦게나마 애도 드리며 경남연합일보는 국민과 도민을 왕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창간 아홉 돌을 축하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언론의 초심을 잊지 않고 지켜나갈 것도 이 기회에 약속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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