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모두 의령으로 모이자!

  • 입력 2015.04.13 17:00
  • 수정 2015.04.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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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한분이 있어 언제나 그리운 곳이다. 그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늘에 가려 있었고 그 공은 그늘에 핀 꽃처럼 초라하게 보였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 바다의 용이었다면 그분은 본명 육상의 용이었다.

 홍의장군으로 불리는 망우당 곽재우장군(1552년~1617년)을 일컫는 얘기다. 23년 전 필자가 찾아본 장군의 유택은 너무 초라해 민망하고 송구스러웠다.

 아 장군이 있었기에 곡창으로 향하는 호남지방이 온전하게 전란의 피해를 면했고 이순신 장군 또한 전라좌수영에서 왜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수군을 증강했으며 거북선과 낡은 전함을 고치고 새 함정을 만들어 전무후무한 전공을 세울 수 있었다.

 장군의 공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남송(南宋)의 명장이자 중국의 충무공으로 추앙받는 악비장군(岳飛)과 한고조 유방의 측근으로 항우의 진영에서 주공인 유방을 구한 번쾌장군에 뒤지지 않았건만 벼슬과 명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원했던 유유자적한 무욕의 삶을 살다가 천수를 다하고 영면하셨기에 당일 묻고 물어 묘역을 찾아 이름 없는 백성이 엎드려 올린 농주 한병과 오징어 한마리를 맛있게 드시며 그나마 잊지 않고 찾아온 필자를 따뜻하게 배웅해주시던 기억이 새롭다.

 더군다나 요즘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는 서애 유성룡 선생이 7년 임진왜란의 참상을 낱낱이 기록해 놓은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 뒤늦게나마 곽재우 장군의 숨겨진 공적을 사실적으로 극화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숙적 일본이 교묘한 술수로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만들어가는 시점에서도 연일 당파싸움과 국가수뇌부에 앉아 국가와 국민들을 이끈다는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의 비리연루설이 인분의 냄새보다 더 역하게 코를 찌르는 작금의 정국은 선조 시절의 당파싸움을 보는 듯 해 아마도 공의 드높은 전공이 알려지면 안보와 진정한 애국심에 관한 국민적 관심사도 크게 고취될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본다.

 이미 최고의 국가전승기념일로 지정된 장군을 추모하고 기리는 의병제전(義兵祭戰)이 올해로 43회 째다. 충의와 충절의 본향인 의령군에서는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 동안 망우당(忘憂堂) 곽재우 홍의장군(郭再祐 紅衣將軍)의 업적을 기리는 거국적인 행사가 의령전역에서 막이 오른다,

 나라가 외적의 침입으로 환란을 당하면 국록을 먹는 정규군을 제외하곤 모두 의병이다. 필자도 이 기고를 읽는 국민과 도민여러분들도 죽창과 부지깽이를 들 수 있는 민초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 의병(義兵)이다. 징비록(懲毖錄)이나 난중일기에서도 기술됐듯 임진왜란은 정규군의 힘으로 이긴 전쟁이 아니라 곽재우장군과 서산대사나 사명당 같은 의병장과 의병, 승군들이 싸워 이긴 전쟁이라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제갈공명과 한나라의 한신장군은 백만의 정규군으로 싸움마다 이겼다지만 고도로 숙련되고 최신식 조총으로 무장한 왜적의 정규군과 맞서 싸운 조선 의병들의 무기는 고작 낮이나 곡괭이, 호미나 죽창과 돌멩이였다.

 그처럼 오합지졸인 백성들을 의병이라는 비정규군으로 짧은 시간에 훈련시켜 왜구와의 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장군의 전무후무한 전공은 손자(孫子)와 제갈공명과 한신과 번쾌와 악비장군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어찌 장군의 한평생의 행적이 전쟁의 승리에서만 남겨졌을까? 공이 전공의 논공행상을 고사하고 나라에서 부르는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것만 여러 번, 심지어 벼슬을 받지 않는다는 불충 죄로 유배까지 당한 사실이 있었음은 퇴계 선생과 더불어 영남유학의 태두로 존경받는 ‘남명 조식 선생’의 외손자 사위라는 데서 공의 진충보국과 청렴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기에 의병이라는 계급장 없는 이름 없는 민초들의 버려진 전공까지도 일월(日月)처럼 빛이 나게 했다.

 시간이 되면 국민들과 도민들은 모두 오는 21일부터 5일간 의령의 의병제전에 모여 의병으로 맘껏 전승의 함성을 질러보자. 그러면 국정을 농단하는 사이비 정치인들과 일본도 그 소리에 놀라 제 정신이 돌아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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