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홍준표 지사와 배명국 전 의원

  • 입력 2015.04.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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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에 패해 타국으로 유랑할 때 궁중의 도살 책임자였던 백정 ‘도양열’만이 왕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후일 나라를 되찾은 소왕은 도양열의 충성심을 높이 사 정승의 직위를 내렸으나 도양열은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니 백성인 저도 나라를 잃었고 국권을 회복하자 신도 백정의 지위를 되찾았으니 제 명예 역시 회복된 셈입니다”라며 간곡하게 거절했다.

 왕은 다시 중신 ‘사마자기’를 보내 강제로라도 끌고 와 벼슬을 받도록 강권했으나 도양열은 “공작의 지위는 높고 고귀하며 작위로 받는 십만석의 녹은 고작 양을 잡는 백정의 수입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벼슬을 탐해 우리 대왕께서 친소(親疎)에 따라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벼슬을 주신다는 비난을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원컨대 소인을 천직인 백정답게 살게 해 주시는 게 제게 내리는 가장 큰 상입니다”며 응하지 않자 결국 왕은 단념했다.

 주인에게 공은커녕 측근임을 앞세워 분수없이 설치다 그 주인을 망치는 사람들을 빗댄 ‘백정보다 못한 자들’이라는 도양열의 이 고사는 백번을 듣고 천 번을 얘기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특히 요즘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도양열과 비교하면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들의 이중성에 회의를 느낀다.

 받아야 할 돈과 받지 말아야 할 돈은 법 이전에 자신들이 지켜나가야 할 도덕성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전직 검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가 일벌백계로 단죄해 교도소에 보낸 피의자 중에 진짜 억울한 사람은 없었을까?

 자랑 같지만 우리 내외는 20여년 전부터 필자가 심장수술을 하고 아내가 암으로 수술 받은 뒤에도 밥 짓고 샤워하는 것 외에는 한겨울에도 내실에 보일러를 가동한 적이 없다. 그래서 가스회사 소속인 검침원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좀 받는 편이다.

 북극이나 남극에서도 생명은 산다. 육신은 길들이기에 달려있다. 그렇게 절약된 돈은 작지만 올곧은 사회단체의 회비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여 진다. 쌀 한말 정도면 한달을 연명할 수 있는 가난한 이웃들은 지구촌에 지천이다.

 호의호식을 하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건 사흘에 아홉 그릇 먹는 밥의 양은 같다. 그리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역시 같다.

 특히 우리 지역의 최고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성완종 사건 연루설은 충격적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민선 교육감의 감사거부를 트집 잡아 아이들의 평등권인 무상급식까지 단절시킨 ‘홍 비스마르크라’는 그의 비정 막심한 철혈행보와 그답지 않은 변명은 경남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끄러운 지역으로 추락시켜버렸다.

 홍 지사의 구설은 엇비슷한 경우지만 과거 30년 전 배명국 3선 의원과 대비가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군연(軍緣)으로 풍운아처럼 2선을 한 뒤 배 의원은 초선이자 야당의원인 모 후보에게 세 번째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패인의 요인은 장복산 터널공사 때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루머에 민심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다.

 배명국 의원의 친형은 법무부장관과 안기부장(현 국정원장)을 역임한 배명인 변호사로 필자와는 가까운 인연으로 얽힌 분들이다.

 특히 배명인 전 장관은 타고난 인품과 덕목이 항상 공직자들의 귀감이었다. 선거패배 후 배 전 장관이 동생인 배 의원을 도와달라며 나를 불러 부탁했다.

 그때 내가 조언한 말은 딱 한마디 “나는 분명 도둑놈이다. 앞으로 개과천선해 정말 공복으로 환골탈태하겠다”라고 고백하도록 했다. 배 전 의원은 내 권고를 받아들여 그후 선거유세에서 다시 선량으로 입성했는데 구질구질한 변명보다 정치자금으로 썼지만 나는 분명 도둑놈이다! 라는 배 의원의 진심어린 참회록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처럼 우리의 도지사인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을 복원시키고 나는 도둑놈입니다! 라고 스스로 양심고백을 한다면 경상남도는 가장 부끄러운 도에서 가장 본받는 광역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1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지 않는다면 지사 3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일 것이다.

 그의 평소 앞뒤 없이 기분 따라 속전속결하는 성격처럼 반성과 참회 역시 빠른 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속전속결로 전해드린다. 정말이지 같은 도자 돌림이지만 도양열보다 못한 도백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심고백대로 안 받았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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