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방고리(道傍苦李)

  • 입력 2015.06.09 14:56
  • 수정 2015.06.09 14:57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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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晉書) 왕융전(王戎傳)의 이야기이다.

 진 나라의 왕융(서기 234-305년)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며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좋아했다. 그는 유유자적하며 인생을 즐기고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왕융이 일곱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동네의 아이들과 놀다가 문득 길가의 자두나무에 가지가 휘어지게 많은 자두가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앞 다투어 그 나무로 달려갔으나, 왕융만은 그 자리에 가만있었다.

 그때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왜 따러가지 않고 서 있는 거냐?” 왕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무가 길 가에 있는데도 열매가 저렇게 많이 달려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써서 먹지 못하는 자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 자두를 따서 맛을 보니 과연 왕융의 말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도방고리(道傍苦李)란 길옆의 쓴 자두나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버린 물건이나 무용지물을 비유한 말이다.

 지금 산청군은 가히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형국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듯하다. 지난달 산청군의회의‘산청군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가결, 산청군의 재의요구 그리고 경남도의 산청군에 대한일련의 조치 과정들이 지역주민들을‘멘붕’에 빠지게 했다.

 지난달 경남도는 오는 2017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 대한 총 150억원의 예산중 도비 50억원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경남도의 재정건전화 차원에서의 조치라고 하지만 경남도의 발표 시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산청군은 지난 2013엑스포의 성공으로 경제적으로나 인지도 상승 차원에서 많은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오는 2017년 엑스포를 더 내실 있게 준비 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경남도의 지원중단으로 2017년 엑스포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산청군민은 의기소침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고 마음먹기 나름이다. 사고의 역발상으로 엑스포에 산청군이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50억원이었다.

 따라서 산청군은 오는 2017년 엑스포의 미 개최로 50억원의 예산을 아꼈다고 여기면 된다.

 산청군에는 전국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한방약초축제가 있다. 2017년 약초축제를 더 알차게 꾸미면 된다.

 물론 엑스포의 개최로 발생되는 경제유발효과도 있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것들로 준비하면 된다. 좌절 하지 말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찾으면 된다.

 ‘긍정적 의미 찾기’를 시작하자. 우리에겐 삶의 자세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발견하자. 잃어버린 것에 대한 준비란 준비해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태세를 늘 갖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산청군 또한 주민들이 동요 하더라도 중심을 잡고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과정은 어떠하든지 결과에 대한 자세는 진취적이여야한다.

 그리고 주위를 에워싸는 무리들은 부는 바람을 피하려 하지 말고 맞서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리더의 고충을 헤아리고 때로는 보호막을 형성해 줘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담당을 맡은 이들이 해결해야 한다.

 최선을 다했으나 그 일이 힘에 부칠 때, 리더의 역량은 발휘 되는 것이다. 뒤로 숨지 말고 일단 부딪혀 일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간절히 요구 되는 것이다.

 책임을 미루지 말자. 주민들은 행정을 의지하고 따라간다. 특히 산청군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믿는 이들이 흔들릴 때, 그 파장을 생각 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 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큰 것에서 찾으려 하지말자. 인생의 소소함에서 아름다움이나 행복을 발견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부자로 사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민초들은 먹고 사는 부분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주민들은 먹고 사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위증자들의 가장 큰 덕목이다.

 산청군은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할 때, 주민들은 산청군을 도방고리(道傍苦李)로 여기게 된다. 지나간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나간 일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기고 새로운 긍정의 힘으로 앞으로 진행이 예상되는 일들에 다 같이 대처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산청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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