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겸청즉명(兼聽則明)

  • 입력 2015.07.21 14:17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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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통감(資治通鑒) 당기(唐紀) 태종(太宗) 정관(貞觀) 2년 조의 이야기이다. 당나라 태종 때 위징(魏徵)이라는 유명한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역사에 정통했기 때문에 항상 당태종에게 여러 가지 계책을 건의했다. 그는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벼슬이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이르렀다.

 서기 628년,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당태종이 그에게 물었다.“나라의 군주로서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또한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경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위징은 이렇게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위징은 역사적인 교훈을 예로 들면서, 군주의 편파적인 판단이 얼마나 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했다.

 위징의 말은 차기 대통령의 비서진과 각료 인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겸청즉명(兼聽則明)이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뜻한다.

 2015년도 산청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실시됐다.

 기획 감사실을 시작으로 의원들은 첫날부터 집행부에 대한 질의과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자는 감사장에서 취재 중, 의원들의 질문과 집행부의 대답을 들으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루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의원들도 집행부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행정사무감사에 걸 맞는 행정 전반에 연구와 조사를 해야 함에도,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그저 시간 때우기로 일관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어떤 의원은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질문으로 혼선을 주기도 하고, 정확한 사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카더라~’ 통신을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또 답변에 나선 집행부의 안일한 태도도 의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과 질문 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체,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해마다 사무 감사를 참관하는 기자의 눈에는 공직자로서의 자격도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올해 행정사무에서는 유독 ‘특혜시비’가 불거졌다. 특혜시비는 사람이 조직을 이루고 이해관계에 얽혀 생활하는 어느 곳에서든지 존재한다. 하지만 특혜시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소문과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특혜시비에 대한 사안은 집행부에 대해 철저한 자료조사와 문제 해결에 개한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 반복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냥 툭 던져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그로인해 억울한 일을 당한 해당 당사자의 상처와 피해는 너무 크다.

 집행부도 의혹을 살만한 일들을 행정편의주의 식으로 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 보다 투명성을 가지고 보편타당한 행정을 펼칠 때, 지역주민들은 행정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해마다 제기되는 ‘갑질 노릇’을 그만 해야 한다. 국가의 주된 요인은 국민이듯이, 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의회도 아니고 행정도 아니고 ‘주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겸청즉명(兼聽則明)이라 했다. 이 말은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강조하는 말이다. 집행부도 군의회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확하고 명확하게 시비를 가리면 된다. 양방으로 가지 못하고 일방으로 갈때 문제와 시비는 생기는 것이며 분명히 그에 대한 책임도 당사자들이 져야 한다. 산청은 청정골로 불린다. 그에 걸맞은 청정한 정신과 자세도 함께 불리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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