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갑 칼럼]매 맞아야할 아이들

  • 입력 2006.05.04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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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단체나 시민단체 사람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소리지만 필자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는 요즘 세태가 옳다고 보지 않는다. 어린이의 인격이 존중돼야 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맹목적인 어린이 학대나 폭력을 두둔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훈육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엄하게 키우고 때로는 회초리도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의 세태를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때 부터인가 집집마다 외동아들이고 외딸인 가정이 늘어 나면서 아이가 상전(上典)이 되고 있다. 모두가 귀한 자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회초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물론 마구잡이로 매질을 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아이에게 회초리를 꺾어 오도록 했다. 그리고 종아리를 걷게 하고 회초리로 때렸다. 그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형성해 갔다. 회초리를 만들어 오고 매를 드는 과정을 두는 것은 왜 일까. 화가 나면 어른도 이성을 잃게 되고 마구 매를 휘둘러 행여 상처를 입힐까봐 화를 삭히는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매를 드는 것은 공부를 못할 때가 아니라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사람사는 도리를 다 못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한 기성세대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혀를 차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식당과 같은 대중 장소에서 함부로 나부대는 일이다. 식당안을 함부로 뛰어 다니거나 어쩌다 음식을 뒤엎어도 보호자는 수수방관이다. 행여 아이를 나무랄라치면 “왜 남의 아이에게 그러느냐”며 항의를 하는 게 다반사다. 기막힌 세상이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보고도 말한마디 할 수 없는 세태를 한탄하는 어른들. 그렇게 훈육의 사각지대에서 자란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우리가 지극히 싫어하는 일본사람들을 부러워 하고 또 그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게 있다. 예의범절과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행동이다. 연전에 일본을 갔을 때 경험한 것이다. 원래부터 깎듯한 예의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얄밉도록 예절이 바르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숙사(자치단체에서 만든 숙박시설)에 아이들이 단체로 들었는데 수 십명의 아이들이 웃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저마다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탁자 밑에 소리나지 않게 밀어 넣고 나가는 것이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행동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로서 자유로워야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사리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것을 일깨워주어야 하는 것은 부모나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는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자신의 아이만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에게 간섭받기를 거부한다.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앞서 사람답게 키워야 한다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당연히 그것을 고쳐줘야할 의무를 가진 선생님이 매를 들면 폭행이고 아이를 꾸짖어도 언어폭력이 되고 마는 게 현실이다. 학교란 꼭 글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성을 기르는 곳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인성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학교 교육이다. 글공부만 필요하다면 학교가 왜 필요한가. 천지로 널려 있는 게 학원이고 거기서 배운 공부로 검정고시를 친다면 수 년이면 대학을 가고도 남을 만한 글공부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울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이다. 매라는 것은 꼭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만이 아니다. 타이르고 잘못을 일깨워 주는 것도 매의 일종이다. 예전부터 “오냐, 오냐”하고 키운 아이는 후레자식이 된다며 제일 경계했다. 잘 먹이고 잘 입히는 것으로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다. 자식이 사회에 나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심어 주는 게 부모의 도리다. 가정에서 부터 매를 드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하종갑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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