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이동통신요금

정부 ‘20%인하·시장자율’ 사이 오락가락

  • 입력 2008.04.08 00:00
  • 기자명 강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범 이전부터 통신요금 등과 관련한 정책의 혼선을 빚어 왔던 정부가 최근까지도 통신요금 및 규제 정책에 일관성을 잃어 통신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언급이 바로 그것. 최 위원장은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 내 통신요금 20% 인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통신업계의 요금인하를 압박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이자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상반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주무부처의 총책임자의 발언인 만큼 이통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요금인하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요금인하 효과를 분석한 후,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구체적인 수치 제시는 통신업체에 대한 압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시장 자율을 통한 요금인하’와 ‘담당 부처 수장이 구체적인 인하율을 밝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의 요금정책이 ‘오락가락’을 반복하면 업체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는 출범 이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새 정부 취임 전에 휴대폰 요금을 20% 인하하겠다”, “요금 인하 시기와 세부 방법은 결정된 것이 없다”, “통신요금 인하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 등 입장을 번복해 업계는 물론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바 있다.

요금제 외에도 주파수 재분배 및 로밍과 관련해 주무 부서들이 상반된 입장을 밝혀 해당 업체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공정위원회는 최근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에 대한 조건으로 ‘800MHz 주파수 조기 재분배 및 로밍 강제’ 등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주무 부서였던 정보통신부는 “주파수 문제는 공정위 소관이 아니다”라며, 이를 인수조건에서 누락했다.

이로써 주파수 문제가 정리되는 듯 했지만 공정위는 지난달 SK텔레콤에 “800MHz의 독점을 깨고 타사와 공동 사용(로밍)하라”는 시정명령을 최종 통보해 주파수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번 명령으로 SK텔레콤은 로밍허용을 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명령에 따를 경우에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관계 역시 곤란해진다. 방통위에 상당부분이 흡수된 정통부가 주파수 분배 및 로밍에 대한 소관은 공정위의 몫이 아니라고 천명한 이상 공정위의 주파수 관련 명령을 따를 경우 주무부처의 입장을 무시하는 처사가 되기 때문이다.

주파수 로밍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LG텔레콤도 입장이 곤란하기는 매한가지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으로 SK텔레콤의 로밍을 요구할 명분이 생겼지만, 방통위가 공정위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공정위 편에 서기는 향후 사업과 관련해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방통위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

이들 업계의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와 공정위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교통정리 역시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통신요금 인하와 규제 등과 관련한 정부의 혼선이 계속되면서 기업의 역량이 불필요한 부분에 소모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게 확정돼야 이에 맞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지만, 매번 입장이 바뀌고, 각 부처에서 상반된 입장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 개진과 눈치 보기로 사업진행이 늦춰지고, 역량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신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이에 맞는 서비스와 요금 등을 선보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통신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과 교통정리로 이들 업체에게 힘을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