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 드리며

승인2015.11.22l수정2015.11.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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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국가와 민족과 민주주의를 위해 살다 가신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 1927년에 태어나 22일에 별세했으니 미수(米壽 88)의 나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인 3김을 빼고는 정치를 논하지 못할 정도로 그분은 3김의 정점에 계셨던 가장 큰 별이었다.

 비록 국가경영에는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는 하나 국가원수라고 국정에 모두 통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인이 치욕을 감수하고 3당 합당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입성한 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사회생일이라고 할 정도로 평생을 민주주의에 몸 바친 분이 고인이시다.

 9선 의원이란 화려한 경력 뒤에 숨은 그분의 삶은 영욕(榮辱) 그 자체였다. 1954년 제3대 민의원 선거에서 자유당에 입당해 최연소로 당선됐으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종신대통령제를 염두에 둔 사사오입(四捨五入) 파동 후 분연히 자유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참여할 만큼 민주주의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연리지(連理枝)나 다름없었다.

 고인의 삶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하나 화려한 생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민주당 원내 총무시절에는 황산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했으며 유신정권 말기에는 근로자들을 옹호해 YH 여공들을 당사에 은신시키고 유신정권을 미국이 지지하지 말 것을 주장하다 결국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공화당에 의해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고인이 국회를 나서며 뱉은 말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라는 사자후와 평생을 좌우명으로 삼아온 대도무문(大道無門)은 민주국가와 민주주의를 토착화 시키려는 모든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는 성경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명은 민주화의 기폭제가 돼 민주화투쟁인 부마사태의 시발점이 됐고 10,26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인 최측근 김재규의 총탄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빌미를 제공했다. 한 시대를 변혁시키고 개혁시킨 중심에 고인은 평생 군장을 풀지 않는 무장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정치적 영웅이 국가를 통치하는 영웅이 될 수 없다는 괴리감을 심어준 것도 고인이다. 재임 초에는 단호한 개혁철학으로 군사쿠데타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죄와 비리혐의로 법대에 세워 허물어진 민주주의의 성곽을 개보수하는 한편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법과 군부 내 정치사조직인 하나회의 제거, 국군보안사의 규모축소, 금융실명제 등 핵심적인 개혁정책들은 괄목할만한 치적이었다.

 그러나 재임 말기에 터진 정경유착의 표본인 한보비리사건으로 자신의 정치후계자로 애지중지 키워왔던 차남 현철 씨의 정치생명을 국가원수인 아버지인 그가 단두대에 올리는 슬픔도 겪었으며 특히 국가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IMF라는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경제와 국민경제를 파산으로 몰고 간 실정(失政)역시 그 분이 영원히 져야 할 업보로 여겨진다.

 허나 한 인간의 족적을 어느 편향된 한쪽 시각으로만 조명하면 맹인모상(盲人摸象)과 다를 게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과 공산주의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이라는 철학을 밀고나갔기에 5000년동안 이어져왔던 가난이라는 고리를 끊어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했으나 만년의 유신정치라는 옥에 티 하나가 박 전 대통령의 업보였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경영은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앞섰다고는 하나 주적인 북한과의 실속 없는 화해무드로 국가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만큼 공과 과는 신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핸디캡이자 능력의 한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무능한 대통령으로 무조건 비하하기에는 그분이 남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탈환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인은 필자가 아는 한 평생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안부전화를 거른 적이 없는 효자였고 평생을 소외받는 서민과 근로자들과 박해받는 인권을 지킨 명장이었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는 말처럼 고인의 이름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국민들에게 오래토록 기억될 것으로 생각돼 경건한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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