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국회의원이 서적판매원?

  • 입력 2015.12.03 15:36
  • 기자명 /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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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산업통상위원장인 노영민 의원이 여의도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자신의 시집을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 놓고 판매하는 기막힌 상술에 국회가 개인서적을 파는 서점이나 마트로 전락해버렸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고 국민의 힘으로 온갖 특혜를 받고도 모자라 이제 서적 판매원으로까지 나설 만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지녀야 할 국민의 봉사자라는 마지막 희망을 노 의원은 팽개친 것이다.

 그의 뒤늦은 사과와 보직사퇴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는 게 분노한 국민들의 여론이다. 얼마 전 영면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친이 멸치어장을 해 김영삼 표 멸치라는 우스개가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나 서슬 푸른 군사독재시절 가택연금과 정치자금을 차단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회에서 멸치를 팔아 정치자금을 조달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민주공화제에서 국회는 법을 만들어 국가기반의 골격을 생산하는 곳이다. 삼권분립의 민주국가에서 국회는 입법부로서 가장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근대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입법부는 국정(國政)이라는 링 위에서 마냥 행정부에게 린치를 당해 그로기 상태의 꼴불견만 연출하고 있거나 아예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부의 거대화로 입법부가 왜소하게 움츠릴 때 국민들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 또한 정당정치에서 견제력을 상실한 거대 정당의 독과점은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큰 공정거래위반이다. 국회의원이 도의원이나 시의원보다 더 인기가 없다는 말은 아주 심각한 민주주의의 괴사증이라고 볼 수 있다.

 대의민주국가에서 입법부는 행정부의 부당한 월권행위를 적절하게 견제 감독하고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불필요한 사회적 종양을 제거하는 절대적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듣기로 지역의 시의원도 시청이나 군청에서 자신의 자전집을 판매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오늘자 경남연합일보에는 경남지역의 선량 예비후보들이 즐비하게 나열돼 있었다. 무려 20명이 넘게 입후보한 지역도 있어 내년 총선은 가히 춘추전국시대의 군웅할거가 연상될 만큼 경쟁이 가열돼 그 후유증이 걱정된다. 대의민주제의 상층부에 있는 국회의원과 선량이 돼 입법부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국가와 자신의 향토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지혜와 덕목을 갖춘 그 지역의 존경받는 사람들이 선출돼야 당연하지만 과거 시의원들을 회유해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고향을 팔아먹은 매향노(賣鄕奴)도 선량후보군에 들어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못해 점입가경이다.

 이번 노영민 의원의 국회 내 시집 판매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정잡배보다 못한 짓이며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금도를 저버린 짓이고 기네스북에 올라야 될 주인공으로 천거하고 싶다.

 필자도 한국문인협회의 정회원이고 20년이 훨씬 지난 시절에 지역신문에 소설을 두 번이나 연재한 경력이 있고 두 번이나 책을 출간 하면서도 출판기념회는 열지 않았다. 내 작품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만큼 수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지만 그래도 연재가 끝나자 당시 서울의 모 메이저신문 출판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왈, 인세는 자기들이 모두 먹고 그 대신 광고로 내 이미지를 업 시켜 일류문인으로 키워주겠다는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필자가 당시 비록 부유하지 못한 처지였으나 자비로 자전 소설집을 출간해 지인들과 문인들에게 증정해 최소한 순수문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오늘도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는 수많은 신간서적들이 우리 시대의 정의와 요구를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1922년 영국의 사상가인 ‘제임스 브라이스’는 책(冊)의 정의를 이렇게 평했다. 책의 가치는 독자가 그것에서 무엇을 얻고, 담아가는 가에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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