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절인연(時節因緣)

승인2015.12.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불교용어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뜻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시기가 있다’는 말이다. 풀이하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피하려고 해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연이 닿으면 만나게 되는 것으로 큰 틀에서 보면‘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불교 ‘법화경’에 나오는 말로 ‘산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헤어질 때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은 흔히들 사용한다. 그리고 그 이별이 아쉬워 거자필반(去者必返)란 말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다른 각도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역(逆)으로 해석해 보면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존재하는 것이고, 아무리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두려워하지만 그 이별은 당연한 이치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은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진다. ‘님의 침묵’의 한 구절에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그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법상스님이 엮은 ‘만남의 의미’라는 책 ‘시절인연’란 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다. (중략)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에 담긴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 모든 만남은 영적인 성숙의 과정이요, 나아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직 존재의 본질에 어두워 만남 속에 담긴 의미를 찾지 못할지라도 그 만남을 온 존재로써 소중히 받아들일 수는 있다.(생략)’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모든 것들이 형성이 된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말은 우리는 자주 사용한다.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서 ‘희노애락’을 표현하기도 하고 ‘관계’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행(行)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환경’에 지배를 받기도 하며 ‘환경’에 의해서 삶이 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조건이기도 한다.

 이제 2015년도 며칠이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연말에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후회도 하고 서운했거나 힘들었던 일들을 회자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올해 조금 서운했더라도 풀어버리자.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것이고, 떠난 사람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산청군 또한 마찬가지로 올 한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차분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봐야한다. 어쩌면 상호간에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고 고마워 하기도 했을 것이다.

 산청군의회도 경남도의원도 마찬가지다. 행정은 어버이의 마음으로 주민들에 대한 ‘평안’을 챙겨야 할 것이며, 군 의회와 도의원 또한 주민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안녕’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행정과 주민대표들에 대한 ‘건강’을 기원해야 할 것이며, 그들이 건강한 사고와 육체로 내년에도 신명나는 행정과 정치를 펼치게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건강한 ‘관계형성’이요, ‘상호 섬김’이라 할 수 있다. 서운함은 상대에 대한 신뢰로, 아쉬움은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여기면 된다.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 그리고 헤어짐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지만 헤어짐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이다.

 올 한해도 모두가 고생 많이 했고 수고 많이 했다. 서로가 사랑으로 격려하고 내 년에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산청군이 되기를 2015년을 보내는 아쉬움에 사랑을 담아 기원한다.
 

노종욱기자  abz3800@gny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회원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웹하드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화로9번길 13(641-851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163-12번지 3층)  |  대표전화 : 055-294-7800
이메일 : abz3800@gnynews.co.kr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12   |  발행인·편집인 : 김교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오용
Copyright © 2020 경남연합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