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위안부 문제는 지나간 과거사가 아니다

승인20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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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납치된 사건이 지난 1973년 8월쯤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일본조야는 전쟁불사라도 할 것처럼 성명서를 연일 발표했고 일본의 모든 언론들은 자국 내에서 벌어진 한국 공안기관의 행위를 주권침해라며 한 목소리로 한국을 규탄하는데 앞장섰다.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에 입을 다물고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박정희 대통령의 친서를 다나가(田中角榮) 수상에게 전달하자 투견처럼 날뛰던 일본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주권침해라면 지난 1895년 10월 8일 새벽, 당시 조선주재특명전권공사였던 미우라(三浦梧樓)가 일본 정규군과 낭인들을 동원해 경복궁 깊은 구중궁궐 안에 기거하던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대해선 일본정부는 물론 역사 교과서에도 한 줄 언급이 없다.

 한 주권국가의 왕후를 상주하는 주재국 외교관이 진두지휘해 살해한 일은 세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만행이었음을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잔혹사인데도 일본정부는 애써 과거를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독일의 총리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무릎 끓고 사과하는 진정성이 유태인들의 과거 상처를 아물게 한 사실을 일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해방 이후 한일 간에 껄끄러운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오늘을 기점으로 한 현실적인 타협을 요구해 왔다. 일본의 속담처럼 때는 밀수록 나오고 구린 것은 빨리 덮는 게 상책이라는 말과 일본의 역사관은 일치한다.

 해방 이후 공산주의와 빨갱이사냥이라는 구실로 친일파들에 의해 점거된 대한민국은 민족 정체성이 무너졌고 지금도 그 친일파들의 후손들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인은 일본보다 더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는 민족성을 지녔는지 모른다. 일본은 그 점을 악용해 한국의 정치인들을 주무르고 과거사를 묻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들은 항상 우리 국민이 알지 못하는 외교술과 경제력을 앞세운 강온 양면작전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미화시키고 반성보다는 치고 빠지는 식의 외교술을 펼쳐왔다. 이번 위안부 문제에도 역시 일본은 그들의 교활한 속내를 여지없이 들어 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식 있는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한일 간에는 두 번씩이나 과거가 깡그리 부정된 사실이 있다. 지난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에 양국 간에 맺었던 기존의 모든 조약을 혁제(革除), 즉 무효화해버렸는데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명성황후 시해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자 앞 전 맺은 20여 개의 조약들을 임의대로 무효화시켰다.

 그런 과거는 일본인들의 타고난 야만성의 발로라고 쳐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인권과 연결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는 것을 밀레니엄시대에 직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본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일본인의 근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추악한 그들의 국민성에 몸서리가 쳐진다. 물론 평화는 대립보다 중요하다.

 전쟁과 대립을 통해서는 피아간에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는 일방적인 한 쪽의 요구나 반성 없이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조에서 가장 탁월한 외교가로 명망 높은 신숙주 선생은 임종 시 성종 임금에게 일본과의 평화를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한일 양국은 선생의 이 깊은 뜻을 음미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한일 간은 서로 상대를 격하시키기에만 급급했지 평화를 위한 초석을 놓는 작업에는 소홀했다. 에도막부시절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마쓰오 마쇼(1644~1694)는 시대는 모든 것을 변화하게 하나 변화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그것은 곧 신의에 인색한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질책이자 조언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꽃다운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노예로 만들고도 당연한 것처럼 버티다가 국제여론에 밀려 겨우 사과라는 게 돈 몇 푼으로 청산하려는 저 일본의 얄팍한 신의는 변하면 안 되는 진실마저 변하게 하는 표리부동한 짓이라는 과거사를 그들이 조속히 깨달아 성의 있는 자세로 보상과 사과에 나서서 한일 간의 진정한 평화가 도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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