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칼럼] 모두 정신이상자가 돼 가는 세상

  • 입력 2016.02.22 15:2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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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요즈음 자주 산에 오른다. 산은 정복당하는 게 아니라 항상 제자리 있다. 산을 정복한다고 하는 것은 산에 대한 모욕이다. 또한 산은 선악의 개념 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반겨주기 때문에 그 곳에서도 무형의 진리를 배운다. 산이 주는 매력은 인간의 고귀한 주권과 닮아 있다. 인간은 강한 자에게 속박당할 순 있어도 정복당하진 않는다. 그게 민주주의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2015년과 2016년을 살아가고 마주하는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의 돌연변이와 권력, 즉 사회전반에 기생하는 금수저들의 갑질과 또한 정치적 진실과 도덕적 진실을 새삼 되새겨보는 꼭짓점에 서있다. 1945년 이래 지속되어온 지배와 순응의 정치문화는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특정 조직들의 세 불리기라는 것을 국민들이 어렴풋이 깨달은 시점인데도 말의 성찬이나 갑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의 인권과 삶은 지키기가 더 힘들어 졌고 권력을 쥔 자들은 특수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한 해를 마무리 짓고 한 해를 시작한지 두 달이 다 돼 가고 선거 역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정치권은 갑질 싸움의 늪에서 나오질 못한다. 이래저래 민생은 없고 정치도 없고 해방이후 국가안보와 서민경제가 백척간두에 선 최대 위기라는 내우외환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고 여·야 불문하고 연일 싸움질만 하고 있어도 국민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자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끌려가고 있다.


 구태여 법전을 들추지 않아도 ‘모든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절규를 국민을 볼모로 삼아 호황을 누리는 자들은 반역자의 최후 진술처럼 우습게 여긴다. 정치는 국민의 비판과 감시와 봉사의 요청 앞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하고 간혹 비난과 야유까지도 감수해야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범주를 벗어나면 안 되는데도 한국의 정치는 이미 그 마지막 지켜야 할 금도까지도 정치인과 특정 기업인들과 특정 노동자라고 이름 붙인 조직들에 의해 파괴당한 지 오래다.
 

 자유로운 심판과 자유로운 표현의 회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이런 상층부의 의식구조의 오염으로 사회 역시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반칙의 잔꾀를 지닌 조직과 개인만이 금수저로 환골탈태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백만장자라는 개념은 예전엔 부를 상징하는 숫자였다. 요즘은 노숙자들도 억(億)이라는 개념에 매혹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상적인 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흙수저들은 자살로 자신들의 생을 마감한다.
 

 평소 지혜와 덕목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정치판에만 뛰어들면 여우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부패한 힘이라도 구걸하려는 것처럼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지독히도 선호하는 꼬라지를 주변의 정치판 속에서 자주 발견하고 한다.
 

 설마 그 사람이? 평생을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정치만 하면 천사에서 야차처럼 돌변해 상대를 공격한다. 아무 대안책도 없는 무차별한 공격은 절대 상대의 성곽을 허물어뜨리지 못하며 오히려 자신이 더 다친다. 요사이 개정된 선거법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우박처럼 쏟아지는 카톡과 메시지에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못해 아예 손 전화를 꺼놓거나 받지 않는 국민들이 늘어간다.
 

 일명 ‘스맛폰 공해’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공해로 자리잡고 있고 정치도 그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는 판이다. 개인적으로 보내는 것도 모자라 아예 개인의 동의도 없이 수십 명 수백 명 씩 그룹으로 만들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트레스로 절게 만든다.
 

 모두 다 정신이상자가 되어 간다는 넋두리가 새로운 정치 즉, 한 국가의 역사를 창조한다는 정치인들과 그 맹종자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들의 구차한 변명은 목적의 정의다. 당선돼야 승자요 지면 역적이자 패배자라는 논리다. 정치는 목민(牧民)이지 승패로 나뉜 전쟁이 아니질 않나? 그런 논리의 결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당주의라는 숙주를 양산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페어플레이가 존재하지 않는 가치관과 정의가 없는 국가로 파탄시켜 나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배낭을 챙겨 집을 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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