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인물보고 찍어!

  • 입력 2016.03.24 17:42
  • 수정 2016.03.24 18:4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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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봉 주필
▲ 김소봉 주필

 1960년대인가? ‘이정표 없는 거리’ 라는 트롯 가수 김상진 씨의 노래가 갈지 자(之)처럼 바로 걷지 못하는 난마도 같은 당시의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제로서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에서 국민은 실종되고 정치권만 존재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3권 분립이 헌법에 명시된 자동성(自動性)의 원리에 기초하는 민주주의는 권력도 분업적(分業的) 협동체의 기능으로 행사 되는 것이 타당하다. 지배와 복종이라는 논리가 수직과 수평의 논리라는 대등한 관계 속에서 유지돼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존속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당파싸움과 공천 쌈박질 외엔 모든 게 실종된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초등학생들의 반장선거보다 못하다는 혹평들이 사회 전반에 울려 퍼지고 국회무용론이 다시 독사의 머리처럼 쳐들고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원망 섞인 시선들은 여의도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한구의 독선과 김종인의 협박은 조폭이지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야유들이고 야당을 쪼개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준 안철수는 공안기관의 프락치 같다는 성토를 지켜보며 왜 특권의식과 권력 반응주의가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천적인지 깨닫게 해준다. 고체적인 돌연변이는 민주국가를 특정 조직과 특정정치인 몇 사람이 쥐락펴락하는 독재국가로 변형시켜 또 국민들을 노예로 만들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빈다’라는 궁서설묘(窮鼠齧猫)의 속담처럼 연일 방사포와 미사일을 쏘아대고 소형 핵탄두를 장착해 청와대를 초토화시킨다며 전쟁체제로 국가운영을 전환시키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감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입법부 입성을 향한 전쟁 외엔 국민을 안심시키는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그저 미국의 군사력에만 의지해 국가안보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방부는 온통 비리로 첨단무기들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내 자식들의 유일한 목숨 줄인 방탄복마저 철갑탄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뇌물 방탄복으로 걸레나 다름없다는 소식은 수백만 명이 죽는 전쟁 속에서도 당파싸움으로 나라와 백성들을 사지에 몬 임진·정유재란의 재판을 보는 것 같다.


 지금의 이런 병리현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습처럼 이어져 왔지만 지금처럼 ‘국가실종사태’라는 증상처럼 극단적이지 않았다. 누적된 정치문화와 경제문화의 고질병이 잠복기를 거쳐 퍼진 바이러스처럼 유행병이였을 뿐 상대를 난도질 해 갈기 찢는 악성은 아니었다. 지금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공천과 탈당, 분당이라는 엑소더스(Exodus)는 어떤 위기에서도 빠져나간다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막힌 수챗구멍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세월이 흘러 모든 것들이 인분 위에 뿌려진 황토처럼 일정기간이 지나면 냄새가 사라지고 그 위에서도 풀과 꽃과 나무는 자란다는 궁색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공복으로 뽑아 준 사람들이 저지르는 저 무지막지한 폭거들이 국민들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노동법 통과를 거듭 외치는 대통령의 읍소처럼 청년 실업자만 100만이 넘어 룸펜들이 거리를 방황하는데도 국회법은 19대엔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국민생존권을 박탈한 정치까지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드는 효소적 자양분이라고 봐주기는 그렇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까지를 위협하는 집단을 그리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민주주의의 제물(祭物)로 보관하기엔 썩은 부분이 심하다는 냉소들이다.
 이런 자각 증상들은 국민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드리워 치유할 수 없는 불신을 낳게 하고 어떤 처방이나 투약으로도 완쾌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해법은 단 하나 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지 당과 지역을 보지 말고 오는 4월 13일엔 제대로 지혜와 품격을 갖춘 인물을 공복으로 선출해 국민을 두려워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오늘의 병리현상은 영원히 치료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필자 역시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이정표없는 세 갈래 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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