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경남연합일보 창간 10주년을 맞으며

  • 입력 2016.03.30 11:04
  • 수정 2016.03.30 11:0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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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봉 주필
▲ 김소봉 주필

언론이 살아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논리와 정비례한다. 지구촌의 100여 개가 넘는 국가에는 모두 나름대로 언론이라는 게 있기는 있지만 언로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나라는 드물다. 흐르는 물을 유수(流水)라고 한다면 언로는 유언(流言)으로 말의 흐름이다. 물이 고이면 썩듯 언론도 좌나 우로 고착되면 썩는다.


 TV와 신문에 난 보도를 유언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미디어매체에 보도되는 그 유언을 거의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언론이 활자로 찍혀 거리에 뿌려지면 그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3·15 의거 때 장렬하게 사망한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보도한 부산일보 허종 기자의 보도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며 기자회견한 치안본부장의 말을 보도한 언론을 비교해보면 진실의 덮개를 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알 수 있다.


 북한도 언론이 있는데 국가주도의 노동신문이 유일하고 그들의 국호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북한체제를 인민들을 위한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한다거나 유일무이한 관제신문인 노동신문을 민주적 언론이라고 한다면 소도 웃고 지나갈 일이다.
 

 중국 역사를 집대성한 ‘사마천’이 사기(史記)의 집필을 마치고 탄식한 말은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였다. ‘과연 세상에 믿을만한 정의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1982년도에 콜롬비아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르비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z)’가 그의 대표작인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 하지 않다’에서 흘린 대목과 시대를 초월해 거의 닮은 꼴이다.
 

 진실은 항상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언론을 검열하는 국가는 사회적 진실이 타국을 통해서 역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국가의 보도보다는 검열이 없는 진정한 민주국가의 보도에 귀를 더 쫑긋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진실한 유언(流言)도 언제나 타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메이저 언론이나 지역 언론도 거의 관제언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자가 택한 신문이 하필 ‘경남연합일보?’ 라며 혀를 차는 선배 언론인들과 문학계의 선배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도 진실을 얘기하는 입은 늘 닫고 산다. 말인즉슨 생존 때문이라거나, 자식들의 전도 때문이라는 변명은 핑계가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보신책이자 보편화된 진실이기 때문이다. ‘모두 대령에게 편지는 했는데 편지를 한 사람은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러선 이구동성으로 합이 맞는다.


 ‘태양은 신화를 만들고 달빛은 역사를 만든다’라고 타계하신 하동 출신 대문호인 이병주 선생은 “진실도 늘 진화한다”라고 내게 말했다. 그분이 신문소설 연재를 끝내고 미국으로 떠난 뒤 내 작품이 뒤이어 신문에 연재됐을 때 문장의 액션이 많이 닮았다고 비평가들이 평했다.  선생의 작품을 모방한 적은 없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보는 느낌과 결론은 닮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슴을 말이라고 얘기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식의 보신책은 언제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칼럼니스트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게 좌나 우가 아닌 중도지인 경남연합일보가 내 체질이었다. 본지의 창간일은 식목일인 4월5일이다. 세계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각오로 창간됐다.


 처음 만난 본지 이병학 회장의 신문에 대한 집념은 고집을 뛰어 넘어 생사를 건 검투사처럼 보였다. 신문이 죽던지 자신이 죽던지 사생결단의 각오가 내 유전자와 맞아 떨어져 햇수로 8년 째 본지의 작은 지면 하나를 꿰차고 있다. 주필의 기고에 사주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도 이병학 회장은 내 칼럼에 100% 자율권을 보장해 줬다.
 

 때론 내 기고로 인해 회사가 곤경에 처한 적도 있었지만 중도신문의 원칙을 지켜 항상 내 편을 들어주고 갑장친구로 대해줘 이 회장과 필자와의 관계는 연리지(連理枝)와 같다. 경남연합일보는 사실보도를 원칙으로 삼는다. ‘대령에게 편지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했다’라고 정직하게 보도한다.

 

 이런 신문 하나쯤 도민들과 각 지자체와 기업들과 독자들이 키워놓으면 그나마 동가식서가숙하는 혼란한 시절에 사실보도의 소중한 진실을 접하게 될 것으로 믿으며 그동안 본지를 물심양면으로 키워주신 모든 조직과 독자 분들과 창간 10주년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경남연합일보의 진정한 사주(社主)는 도민들과 키워주고 도움주신 바로 그분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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