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어느 신경과 의사의 자연사랑

  • 입력 2016.04.18 15:2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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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김소봉
▲ 주필 김소봉

 FTA협정국이 늘어나며 특정 생산품은 호재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에 가장 중요한 우리의 자원과 특히 국민의 주식인 식량안보는 위기에 처해졌다.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간과해 농민들에게는 쌀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잡곡과 하우스 작물을 권장하고 수산과 축산종사자들에게는 우량종을 개발해 소득증대를 꾀하고 있지만 연중행사로 덮치는 적조와 구제역 그리고 작물을 고사시키는 바이러스 균들에 대해 선진국에 비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4년 전인 2002년 경북 예천 농촌지도소에서는 특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실행에 옮겼는데 농촌의 주 소득원이 식량생산에서 하우스작물로 바뀌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가난했던 시절 대량생산을 위해 무작위로 퍼붓던 맹독성 농약 등에 의해 사라진 뒤영벌(호박벌)을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메칠성 농약으로 사라진 벌과 익충들 때문에 하우스 작물과 육상의 과일도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해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었고 벌까지 수입해야하는 농정정책을 아는 국민은 극소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꽃이 핀 다음에 열매맺는 작물은 벌과 나비가 없으면 자체 수정할 수 없어 익기 전에 열매가 땅에 떨어져 버린다.
 
 뒤영벌 육성은 지금은 정착단계에 이르러 90%까지 국내자체생산으로 많은 외화를 절약하고 농민들의 소득에도 감가상각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선진국인 영국도 한 때 산업사회의 팽창으로 농업이 위기에 처한 때가 있었다. 다행이도 옥스퍼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잉글랜드 서식주에 있는 서식스대학(Sussex)에서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데이브 굴슨(Dave Goulson) 교수에 의해 익충인 뒤영벌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친환경 곤충에 관한 기고를 많이 발표했다.
 
 지난 2003년에는 ‘뒤영벌기금보존기금협회’를 설립해 이 선구자적인 사업을 눈여겨본 ‘헤리티지재단’에서 최고의 환경 프로젝트에 부여하는 헤리티지 복권기금 상을 수상해 생태복원연구에 힘을 싣게 됐다. 또한 2010년에는 국제 생물학 및 생명공학연구협회에서 수여하는 ‘그 해의 사회혁신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얼마 전 이준균 박사라는 신경과의사가 자신이 번역해 출간한 ‘데이브 굴슨 교수’의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라는 책자를 내게 보내왔다.
 
 의대를 나와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와 과장을 거쳐 지금은 진해에서 ‘서울신경내과병원’의 원장으로 재직한다. 작은 지면에 책자를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그 병원 각 분야 세 분 원장의사들의 남다른 활인정신이 알려지자 병원은 인산인해로 환자들이 몰려들어 보통 한두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이준균 박사는 번역 본 말미에 이런 심정을 담아 의사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소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주 오래 전, 우리가 세상에 나오기 전, 우리는 바위였고 스쳐가는 바람이었고 누군가의 생명이었다.
 나 아닌 것에 깃든 생명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 신비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는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강, 새가 날지 못하는 하늘, 생명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땅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설혹 그런 세상에서 우리만 살아남는다 해도 기억의 원형이 뿌리 뽑힌 마당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억은 나의 전부가 아니던가? 오래 전 내가 봤던 호박벌의 비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한때 우리 몸의 일부를 구성했던 물질이 이제는 꽃, 벌, 아이가 돼 서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고 놀라운 일 아닌가.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경남연합일보에 애정을 갖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은 일반 언론들이 기피하는 농촌문제 전문가들과 경찰과 소방관들의 기고를 거의 매일 싣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은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안전망이자 지킴이들이다.
 
 금수강산이라고 자랑하던 대한민국이 벌까지 수입하는 현실은 핵보다 더 강력한 자연파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준균 닥터에게 감사드리며 치료 후 버스로 귀가 도중 의자 밑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주워 약 봉투에 함께 담았다. 하찮은 쓰레기지만 아파트 재활용봉투에 넣어놓으면 소중한 자원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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