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행복한 5월이 되기를

  • 입력 2016.05.03 11:36
  • 수정 2016.05.03 11:3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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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김소봉
▲ 주필 김소봉

5월은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인 석탄절(釋誕節)이 들어 있어 어느 달보다 가족 친지, 이웃들과 더불어 할 수 있는 연중 최고로 많은 달이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5·18민주화운동이 들어 있는 달이기도 해서 아직도 그 아픔을 씻지 못하고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생존해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수십조 원의 수출길이 열리고 미끄러진 경제가 다시 소생할 수 있는 탄력과 동력을 받았다는 희망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밑바닥까지 추락해 기사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는 조선과 해운산업에 종사하는 실직 직전의 근로자들의 고통까지 함께하려는 결집된 국민정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라는 것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인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단어가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현실에서 성서나 경전보다 더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부모가 학교와 직장에 나가는 자식들이 왕따나 집단폭행, 성추행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인륜을 저버린 참혹하고 가혹한 범죄행위들이 연일 미디어 매체의 주요 메뉴로 가득 채우고 있는 현실에서 행복과 미래의 희망은 종이학에 불과하다는 얘기들은 한 국가의 장래를 좌우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도 망각하면 안 된다.
 
 그동안 권력은 작고 크건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위에서 성장해 왔다. 순종만을 강요하는 권력의 갑질은 자율의 기회를 상실하게 하고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자기 방어의 능력 또한 최대치로 떨어져 반칙이 성행하는 사회 병리현상을 낳는다. 선진국이라는데도 한국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최고라는 사실은 힘의 논리가 보호받고 존중돼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아직도 짓밟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우리 속담에 뜨거운 것이 목구멍만 지나가면 곧 잊어버린다는 말 역시 우리 민족과 사회의 단면을 잘 엿볼 수 있는 얘기들이다. 이 말은 가치관의 균형이 무너진 사회라는 뜻과도 연결된다. 유태인들은 홀로코스트를 겪은 민족임에도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살사건은 방관한다.
 
 미국공화당 대통령 후보자인 트럼프가 우리가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분담하고 그들 국가에서 만든 무기를 한국에 강매하면서도 우리 때문에 미국이 입은 경제손실을 거론하는 연설이 저질 희극이라는 국민들의 냉소는 당연한 것이다. 힘의 논리에서도 상호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균형은 존재한다. 그것이 힘을 가진 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이며 인간적인 가치관의 균형이다. 범죄수사나 판결에서도 균형은 미덕이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이자 그들의 의무이듯 말이다.
 
 앞전 4·13 총선을 떠올리면 우리 사회가 지닌 이율배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거짓 공약은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사탕발림이나 양념이고 해결의 실현성은 언제나 지불유예로 끝나도 괜찮다는 게 정치지망생들의 정당성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놀란 적이 있다. 선거 전까진 다정한 이웃으로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자기 쪽에 앞장 서주지 않았다고 아예 인연을 끊는 것을 보고 놀랐고 평소에 인격자처럼 굴던 그들의 이중성에 놀랐다. 
 
 그런지 가난도 십시일반의 미덕 앞에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되듯 프랑스의 공화주의자였던 ‘레옹 강베타(Leon Gambetta 1838~1882)’의 ‘가장 강력한 권력의 통치 체제는 독재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에 의해 이끌어지는 민주 정치다’라는 말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시절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에 언급한 애절양(哀絶陽)이란 얘기는 백성이 자식을 낳자 사흘 만에 관에서 군적부에 올리고 세금을 내지 못하자 소를 빼앗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식기를 잘랐다는 비통한 사연이다. 영세사업자들은 세금을 내지 못하면 노숙자로 몰고 재벌들은 망해도 호의호식하고 국가에서 국민의 혈세로 밀린 세금을 대신 내주는 현실이 애절양과 뭐가 다른가?
 
 국민연금을 2000원 남짓 인상해놓고 물가 인상율을 반영했다는 데도 국민들은 무표정이다. 그 무표정의 의미를 정부나 국민의 혈세로 보좌관이나 비서를 아홉 명씩이나 거느리며 국민들의 권익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일 저런 일 모두 잊어버리고 단 한 달 동안만이라도 국민모두가 행복한 5월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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