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부처님이 오신 까닭은?

  • 입력 2006.05.05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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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석가탄신일이다. 불가에서는 이날을 ‘부처님오신 날’이라고 한다. 탄생한 날이 아니라 ‘오신 날’이다. 탄생한 날을 두고 ‘오신 날’ 이라고 한 데에는 석가모니의 여러 호칭 중 ‘여래(如來)’와 관련이 있다. 여래의 여(如)는 불교 입장에서 보면 사물의 진실하고도 변하지 않는 참된 본성을 의미한다. 진리적인 측면에서 본 석가모니가 여(如)이다. 이 여(如)를 여여(如如)라 하기도 하고 진여(眞如)라고도 한다. 여래의 래(來)는 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여래는 깨달은 자로서의 부처가 왔다는 의미이다.

석가모니는 마야부인의 뱃속에서 나왔다. 하지만 불교는 탄생의 사실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대승불교의 한 갈래인 우리나라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연고로 기독교 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모 마리아상이나 피에타 상에 견줄 수 있는 마야부인의 모습이나 그 품에 안긴 석가모니의 모습을 담은 예술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초파일 사찰의 법요식에서 행해지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 관욕(灌浴)의식인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의식이다. 관욕의 대상은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걸음을 걷는 아기 싯다르타 상이다. 아기 싯다르타상은 석가모니가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치며 걷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온 세상에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는 의미이다. ‘실체의 진아(眞我)를 깨닫고 보니 이 우주에 더 이상 귀중한 것은 없다’는 참뜻이 담겨 있다. 이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해서 깨닫고 내뱉은 말일텐데, 대승불교에서는 이 사건을 석가모니의 탄생으로 소급시켜 이야기 하고 있다. 석가모니의 탄생이 이 세상에 깨달음을 가져왔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래서 사찰에서 행해지는 관욕은 아기 싯다르타를 관욕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갖고 온 아기부처를 관욕하는 것으로, 깨달음의 실체로 온 석가모니를 축복하는 것이다. 부처가 영영 떠나버리거나 사라지지 않고 ‘왔다’는 사실은 대승불교에서 아주 중요하다.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중생에게 되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석가모니의 이러한 모습을 가리켜 여래라고 부르지만, 중생 입장에서 중생의 공덕을 중생에게 되돌리는 것을 가리켜 회향(回向)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불교는 깨달음의 끝이 중생에게 회향함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회향은 불보살의 목표이고 대승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불교행사 하는 곳을 가보면 행사 끝마다 ‘회향’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회향식’이라든지 혹은 ‘회향합시다’ 등등.

<보현행원품 designtimesp=16076>에 ‘보살이 지은 바 모든 공덕을 온 법계 허공계의 일체중생에게 남김없이 회향한다’는 말이 나온다. 내가 성취한 공덕을 나 홀로 소유하지 않고, 중생 모두에게로 나누어 공유하겠다는 회향정신을 가르치는 대목이다. 회향은 내가 성취한 공덕을 내 것이라는 소유 관념 속에 묶어 두지 않고 중생의 것이라고 내놓는 것이다.

의사는 왜 의술을 배우는가. 사람들에게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의사가 자신이 배운 의술을 행하지 않는다면 의사라고 말할 수 없다. 가수는 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노력하는가. 사람들에게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왜 농사를 짓는가. 사람들에게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왜 공부하는가. 학업을 성취해서 사람들에게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돈을 벌어서 사람들에게 회향하기 위해서이다.

불교의 회향정신은 현대 사회에서 볼 때 인간의 의식을 개혁하고 인간을 평등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강자의 독점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현대의 기업생리나 강권을 가진 자의 고압적인 인간 압박은 회향 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불기 2550년 부처님오신날. 오늘은 어린이날이기도 하다. 여래(如來)로 이 땅에 온 석가모니를 되새겨 보며, 어린이들이 회향의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현도 / 탐사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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