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박유천 피소사건과 성범죄에 대한 단상

  • 입력 2016.06.19 13:19
  • 수정 2016.06.19 17:3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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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가수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섬마을 여교사에 대한 성폭행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슈였는지라 그 논란 또한 뜨겁다.

 그런데 피해자는 박유천을 고소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는 이유로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이 경우 박유천에 대한 형사처분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강간죄에 있어서 고소 취하의 효력 그리고 강간죄 혐의 입증 여부가 이번 이슈의 법적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다. 
 
 먼저 강간 피해자의 고소취하는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과거 우리나라의 형법은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었다. 친고죄라 함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범인을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강간죄가 친고죄에 해당하던 시절 아무리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강간범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형사처분에서 벗어나게 돼 비판이 많았다.

 이에 늘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고려해 법이 개정됐다. 이제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가해자를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해 줬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는 여전히 강간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는 점이 중요한 정상 참작 사유가 된다.
 
  두 번째로 강간죄의 혐의 입증 여부가 문제 될 것이다. 통상 성범죄의 경우 내밀한 공간에서 벌어지게 돼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말은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범인에게 불리한 상태라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범행 전후 주고받은 문자, 전화, 범행장소의 특성과 피해자의 물리적 반항 내지는 구호요청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통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박유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 진술이 진의에 해당하는지 부터 수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해 강간죄의 성립요건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 협박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종결 처분을 내리게 된다.

 다만 이 경우 피해자는 혐의 없음을 알고도 고소를 했다는 점에서 도리어 무고죄의 처벌을 받을 수는 있다. 간혹 꽃뱀이라 불리는 허위 피해자들이 피해 남성들을 강간으로 고소해 합의금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꽃뱀들에게는 무고죄라는 형사처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만약 피해자가 박유천으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때에는 고소 취하만으로 박유천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박유천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각종 유리한 증거를 제출해 혐의를 벗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만,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는 점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선처를 받게 될 확률이 있다.
 
 성범죄, 특히 성폭행의 경우 인격을 향한 정신적 살인이라는 측면에서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우리에게 인자한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대왕 시절에도 강간범에 대해서 교수형에 처하고, 미수범 또한 곤장 100대를 가하는 등 엄히 다스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성범죄에 대한 엄중 처벌의 필요성은 이미 법조계에서도 정설이 됐고, 과거와 달리 성범죄를 행할 시 최대 20년 가까이 신상정보가 대중에게 고지돼 그 제도적 응징 또한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보완책으로는 늘어가는 성범죄에 대한 해결책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가해자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원천적인 문제는 전국 방방곡곡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구조적으로 방치해둬 오랜 기간 독버섯처럼 자라온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노력을 다해야 할 때이다. 제도와 의식의 개선 그 모두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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