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칼럼] 일대일로, 잠룡의 여의주가 될 것인가

  • 입력 2016.07.04 15:51
  • 수정 2016.07.04 15:5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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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2년 국제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한 이래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입장과 대응이 사뭇 다르다.
 
 미국의 전략적 봉쇄와 일본의 교란을 위시한 강대국들의 견제와 반발 목소리가 있는 반면, 대규모 송유관과 가스관 공동 건설계획을 발표한 카자흐스탄과, 160억 달러를 투입한 과다르항 건설사업을 공동추진 중인 파키스탄 등 적극 동참을 선언한 국가도 많다. 마치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을 연상하리만큼 국가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익을 앞세운 아전인수식 입장차이 때문이다.
 
 지난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공식화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향후 35년간 65개 국가, 인구 45억 원을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로서,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해상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이다. 육상 실크로드 기점은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시안(西安)이고,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은 장까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의 고향 푸지엔성(福建省) 취엔조우(泉州)다. 육상 실크로드는 신장 우루무치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스탄불·뒤스부르크·로테르담에 이르고, 해상실크로드는 자카르타와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나이로비를 들러 수에즈 운하를 지나 아테네로 관통하게 돼 있다.
 
 일대일로 전략에 소요되는 약 23조 달러의 자금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일대일로의 최종 목표는 중국 주도의 슈퍼 경제권 형성을 통한 ‘지구 보안관 배지 획득’, 즉 ‘팍스 시니카(Pax Sinica)’시대의 개막이다. 이것은 당나라 시대의 번영과 송나라 시대의 문화, 그리고 원나라 시대의 강병을 하나로 엮는 그야말로 옛 중화문명의 영광으로 회귀하자는 초거대 로드맵이다. 또한 일대일로는 미국이 주축이 돼 태평양으로 동진(東進)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해 중국이 주축이 돼 유라시아·동남아를 거쳐 유럽까지 서진(西進)한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즉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의 신대륙만 맡고,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아우르는 구대륙의 맹주가 되겠다’는 선언문이다.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치를 더 높여, 중국몽(中國夢)실현에 나섰다는 지구촌의 우려에 대해 시진핑은 “일대일로의 기본은 문화교류이며 상호공영이다”라고 일축하면서, “일대일로는 중국 한 국가의 독창이 아닌 인접 국가들과의 합창”이라고 강변한다. 영토 확장의 야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에 “중국이 1천 500년이 넘게 만리장성을 왜 쌓았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만리장성은 외침을 막기 위한 방어용이며, 따라서 중국은 고대부터 공격적인 유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주석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는 비단으로 포장한 중국몽 실현의 고속도로라는 우려와 견제의 시각이 비등하다. 그 증거로 일대일로 구상의 한 갈래인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영유권 분쟁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 구상이 중국의 패권 전략이라는 강한 의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 전략이 위축된 글로벌 경기에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며, 수출 의존형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도 수출부진을 극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정학적 연접성과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대일로 실크로드에 편성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다면 더없는 횡재가 될 것이다. 그런 기대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 시비까지 감수하면서 3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분담금을 출연해 중국이 주도한 AIIB 창립회원국에 가입한 것이다.
 
 문제는 일대일로에 북한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일대일로에서 제외된 나라는 북한이 유일무이하다. 북한 배제로 인해 일대일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버티고 서서 물류통로의 길을 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도, 도서국가도 아닌 입장이 돼서 유라시아로 통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진로가 차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중국을 설득해서 북한의 참여와 역할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어렵게 확보한 한국 몫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부총재 자리도 홍기택 부총재의 돌연한 휴직계 제출로 공석이 됐는데, 한국이 이 자리를 인계받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명의 부총재 중 AIIB가 투자를 결정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알짜’ 보직인 투자위험관리(CRO)부총재 자리인 만큼, 만약 이 자리를 타국에 내어 준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겠지만,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서양의 시대는 가고 이제 바야흐로 동양의 시대가 도래 한다는 것이다. 그 동양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황하강 줄기에서 잠용 한 마리가 솟아오르려 용트림을 하고 있다. 아편전쟁 치욕 이래 170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승천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승천하는 잠룡의 여의주가 될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다만 우리는 용의 등에 올라타서 국운융성의 호기를 잡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만약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해 경제협력의 물꼬도 트이고, 긴장국면까지 완화된다면 그 이상의 금상첨화가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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