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칼럼] 남중국해 분쟁이 주는 교훈

  • 입력 2016.07.18 16:1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예상했던 대로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12일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남해 구단선(九段線)내 수역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는 인정할 수 없다. 중국의 바다가 아니므로 필리핀의 전통적 어장에서의 조업방해는 영토주권 침해”라는 요지의 판결이다. 또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南沙群島)내의 7개 암초에 중국이 인공 섬을 건설함으로써 산호 암초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표가 나온 즉시 시진핑(習近平)주석은 ‘원천 불복’을 천명한 뒤, 최신예 이지스함과 잠수함, 폭격기를 동원한 사상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무력으로라도 지배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위압적 시위다. 필리핀 어선의 스카버러 환초해역(중국명 황옌다오, 黃岩島)조업행위에 대한 중국 해경의 방해는 더 노골화 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남해 구단선’내의 모든 바다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해 왔다. 자그마치 남한 면적의 40배 크기의 해역이다. 세계 물동량 1/3이 지나가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자, 약 20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됐고 추정되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지구촌에서 가장 복잡한 영해 분쟁지역 중 한곳인 남중국해 9단선은, 1947년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정부가 그은 11단선이 원조다. 그 후 1953년 마오쩌둥(毛澤東)이 하이난다오(海南島)와 베트남 사이의 두 개 선을 삭제해 지금의 9단선이 된 것이다.
 
 PCA의 발표가 있자마자 지구촌 국가들은 제각기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져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각자 입장을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국제법 준수를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를 비롯한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는 중국 편이다. 중국 관영통신은 이미 66개국이 중국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최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주목된다.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국제규범과 규칙에 의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백일 하에 드러난 중국의 영토 확장 야심이다. 시진핑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줄곧 ‘화평과 상호공영’을 부르짖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중화민족은 고대부터 공격적 유전자가 없는 민족”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우리가 분명히 상기해야 할 것은, 지구촌 초강대국은 예나 지금이나 국제법 같은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특히 중국은 두 번의 아편전쟁을 통해 강대국은 절대 정의롭지도 온정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보여 주고 있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그들이 예전에 학습했던 경험을 마치 그대로 실천하는 것 같아 섬뜩해 진다. 그동안 실효지배 해오던 약소국 필리핀을 내몰고 지난 2012년부터 스카버러 섬을 강제점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원나라 때 곽수경(郭守敬)이라는 천문학자가 1279년 천문측량을 할 때 스카버러 섬을 측량에 포함시켰다는 역사적 근거가 그들이 필리핀을 내쫓은 구차한 명분이다. 그 후 그들은 황옌다오(黃岩島)라는 지명으로 아예 이름까지 바꿔 버리고, 필리핀 어선의 접근조차 막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한 이유를 내세우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도 언제든지 우리가 만만해 지면 힘의 논리로 야심을 드러낼 이웃이다. 현재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스카버러 섬의 중국 강제 점유가 그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BC 108년경에 한 무제가 한사군을 설치해서 한반도 북단을 점유했다는 고대사도 북한지역 유사시 중국의 연고권 주장 빌미가 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고구려와 발해사를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킨 동북공정이 그것을 말해준다. 
 
 힘이 있어야 한다. 강한 국력만이 법이 안 통하는 세렌게티 초원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구촌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국제재판소의 판결이 묵살되는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맹수들이 들끓는 아프리카 초원을 떠 올린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