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이태양 사건에서 본 프로야구 승부조작과 그 치명적 위험성

  • 입력 2016.07.31 15:26
  • 수정 2016.08.03 16:51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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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고의 실점에 500만 원, 고의 볼넷에 200만 원. 이게 다 무슨 이야기 일까?

 얼마 전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2015년 KBO리그 4경기에서 ㄱ구단의 유명 프로야구 투수가 브로커와 결탁해 1회 고의 볼넷을 던지는 등 승부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불법스포츠 도박베팅방 운영자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은 사건으로 브로커, 프로 야구선수, 베팅방 운영자 등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잘 나가던 프로야구선수가 도대체 왜 이런 유혹에 빠져버린 것 일까 라며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 브로커가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프로야구 선수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던 중 프로야구 선수가 먼저 승부조작 제의를 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경기일정, 승부조작 방법을 협의한 후 이러한 정보를 불법스포츠 도박베팅방 운영자에게 알려둬 수익을 얻게 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번 사건은 프로야구 선수 측에서 먼저 승부조작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 방식도 치밀해 적발이 어렵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1회 볼넷, 실투 등을 통해 마치 몸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가장해 관객, 감독의 눈을 속였다고 한다.

 승부조작의 문제는 비단 프로야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축구, 심지어 과거 젊은 층에게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e-스포츠영역 까지도 승부조작 사건으로 몸살을 앓거나 종목자체가 존폐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선수들의 승부조작은 형사적으로 어떠한 처벌이 적용될까. 우선 이들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된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선수, 코치, 심판 등은 운동경기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거나 약속받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가 부정한 행위(승부조작 행위)를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재물을 제공한 자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와 더불어, 형법상 배임수재죄, 사기죄, 업부방해죄 등에 해당될 소지도 크다. 승부조작 자체가 브로커, 불법스포츠 도박베팅방 운영자 등 일련의 조직이 가담되는 경우가 많아 적발되면 그 사건의 규모와 처벌수위가 절대 가볍지 않은 것이다.

 승부조작 행위가 주는 또 하나의 위험성은 승부조작이 실패 했을 경우 브로커나 관련자로부터 프로선수가 폭행,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과거 프로게이머 선수 가담된 승부조작 사건의 구속영장심사를 변호한 적이 있다. 당시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선수에게 협박을 가했고, 위협을 느낀 프로선수가 검찰에 모든 사실을 자백해 브로커 등 가담자가 모두 구속기소가 됐던 사건이다.

 이번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서도 이모 씨는 승부조작에 실패한 경기에서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브로커들이 접근할 때는 온갖 달콤한 대우로 환심을 사지만, 결국 한차례의 승부조작 행위에 가담하게 되면 프로선수는 그 가담조직에 약점이 잡혀 각종 폭행, 협박에 사로잡힐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파멸로까지 몰고 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프로야구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열정 그리고 경기 승패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짜릿함으로 인해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무관함에도 그 팀의 승패에 일희일비를 느끼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대감을 한순간에 끊어놓는 것이 바로 승부조작이다. 선수의 플레이가 의도된 조작일 수 있다는 의심은 독버섯처럼 관중의 뇌리에서 자라나 그 경기가 주는 승패의 짜릿함을 무뎌지게 만든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프로레슬링에 열광했지만, 성인이 된 후 그것이 짜인 각본에 의해 펼쳐진 것이라고 인식한 순간 더 이상 열광하지 않게 된 것과 동일하다.

 이번 승부조작 파문이 어디까지 커져갈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부 선수의 일탈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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