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흉유성죽(胸有成竹)

  • 입력 2016.08.11 16:2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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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노종욱기자
▲ 산청군 노종욱기자

 송(宋)나라 소식(蘇軾)의 동파문집(東坡文集) 49편에는 ‘운당곡언죽기(篔簹谷偃竹記)’라는 글이 있다. 동파라는 호로 유명한 소식(蘇軾)은 문장뿐만 아니라 서화(書畵)에도 능했다. 그에게는 자(字)가 여가(與可)인 문동(文同)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또한 문장과 서화에 모두 뛰어났다.

 소식은 정치적으로는 불우했으나, 그가 그린 대나무와 그 기법은 옥국법(玉局法)으로 유명했다. 그는 일찍이 화죽기(花竹記)라는 책에서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을 완성해야 한다(故畵竹, 必先成竹于胸中)”라고 했다. 

 그의 친구 문여가는 생동적인 대나무를 그리기 위헤, 많은 대나무를 심어 두고 매일 관찰하며, 대나무의 특징과 모습을 기억해 뒀다. 당시 유명한 한 문인은 문여가가 대나무를 그릴 때 ‘완전한 대나무가 이미 그의 가슴속에 있었다(與可畵竹時, 成竹已在胸)’라고 칭송했다.

 산청군의 한반도 사랑은 각별하다. 아니 그 사랑은 도가 넘어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금 산청에서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마지막 자락인 민족의 영산 지리산 준령에 한반도 모형을 만들면서 30여 년의 수령의 나무 수십 그루를 베어냈다. 한반도 모형이 들어서는 공간만 하더라도 약 10ha가 넘는 면적이다. 단순히 관광자원을 만들기 위해 산림훼손을 하고 있다.

 산청군의 ‘한반도 숲지도 모형 정비’사업에 대한 사전 계획에도 ‘산림이 울창해 작업여건이 곤란하며 정확한 지도모형 작업 시, 산림훼손이 면적이 많고 일부 활엽수 지역 낙엽이 질 경우 모형이 변형 될 우려가 있음’이라고 문제점을 예견했다.

 또 ‘한정된 지역에서만 조망되고 다른 방향에서 조망 되도록 작업 할 경우 나무 제거 지역이 넓어 경관 저해가 우려 됨’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예측하고도 산청군은 사후 특별한 대안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 시키며 산림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벌목한 나무들을 그대로 방치해 오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심 한 것은 담당 부서 직원들조차 업무 공조를 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사업자체에 대한 신뢰성마저 반감하고 있다.

 산청군은 지난달 지리산 맑은 공기를 판매하는 청정에어 사업을 진행하며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 했다.

 하지만 한쪽에선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 수령의 아름드리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벌목을 하고 방치 하고 있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산청군의 이번 사업은 다소 즉흥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관광객들이나 지역주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자원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 할지라도 우선적으로 사후 관리에 대한 대책은 기본적으로 세워 놓아야 한다.

 '우선 만들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지혜롭지 못하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뭔가를 보여야만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산청군은 민족의 영산 백두대간의 끝자락 지리산에다 ‘문신’을 새겨 버렸다. 모형이 자리 잡고 주변의 복구까지는 50년이 더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이제라도 사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이미 훼손된 산림의 주변 정리부터 깨끗이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번 사업에 대한 이해도 구하며, 담당 직원 상호간에 정보 공유도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을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 했다. 이는 ‘일을 하기 전에 완전한 계획을 구상해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산청군은 앞으로라도 사업 진행에 대한 계획을 더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한반도 사랑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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