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남편 강간’아내에 무죄선고. 여성이라서?

  • 입력 2016.09.11 12:35
  • 수정 2016.09.11 12:3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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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남편을 감금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의 강간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부부강간이란 ‘부부’와 ‘강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지난 2014년 대법원이 부부간의 강간죄를 인정한 이래 처음으로 법정에 오른 사건이라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결과에 대해 ‘가해자가 남성이였더라도 과연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라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두 가지 핵심쟁점을 고찰해 보자.

 ▲민법상 동거의무가 인정되는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는가이다. 과거 우리 판례는 부부간의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 하에 처음으로 부부간의 강간죄를 인정했다.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성적자기결정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야 할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이기때문에 이를 침해하는 경우 부부 강간이 성립될 수 있음은 당연한 결론이다.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이 사건이 이토록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부부간의 강간이어서도 하지만, 가해자가 바로 여성이라는 점인 것이다.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돼 이제는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실제 강간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반항할 수 없는 정도의 폭행, 협박에 처해있어야 한다. 그런데 통상 물리적인 힘에서 우위에 있는 남성이 여성에게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제압당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설령 남성이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성에게 제압을 당했다하더라도, 심리적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남성의 성기구조상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절대적인 위협상태에 빠진 남성의 성관계가 원천적으로 가능할 것인가라는 합리적 의문이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로 인해 아직 여성이 직접 남성을 강간해 유죄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남편이 비록 청테이프 등으로 손발이 결박돼 있었지만, 일정부분 행동의 자유가 있었던 점, 그리고 성관계 전 남편이 아내에게 ‘씻고 오라’, ‘애무를 더해 달라’라는 말을 했던 점 등을 근거로 성관계에 대한 강제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조는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차등 적용돼서는 안 된다. 엄중한 처벌의 잣대는 가해자가 여성이라 하더라도 다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유죄로 인정된 가해자를 처벌하는 단계의 문제이며, 그 전단계인 가해자가 실제 강간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남녀간의 차이가 고려됨은 남녀 성차별이 아닌 실체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부의 고심으로 봐야한다.

 끝으로, 이 사건의 이슈화로 인해 부부 사이에도 성적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함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는 이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 성 차별이라는 착시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추후 이 사건의 항소심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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