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칼럼] 중국 위안화 ‘통화굴기’ 이루나

  • 입력 2016.10.06 13:11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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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현존하는 지구상의 240여 개 국가는 저마다 독창적인 고유화폐를 가지고 있다. 유로화처럼 다수의 나라가 단일 통화를 공통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달러를 자국 화폐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교환과 지불수단 그리고 가치의 저장을 위해 고유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폐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위상을 가진 우리의 원화도 인천공항만 벗어나면 세계 어느 면세점에서도 담배 한 갑, 술 한 병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원화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지구촌 어디에서나 통하는 세계 공용화폐, 그것이 바로 기축통화(基軸通貨)이며, 미국의 달러화가 그 배지를 달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달러화와 함께 유로화, 영국의 파운드, 일본 엔화 등 4개 화폐가 세계 공용화폐로서의 결재통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위안화가 10월 1일자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통화로 편입돼 지구촌 공용 화폐로서의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통화굴기’의 거보를 내디뎠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경축하는 국경절 날 SDR진입 낭보를 접함으로써, 시진핑 정권은 '대국굴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생일케이크를 선물 받은 셈이다. 편입 시점은 내년 10월 1일이다.

 SDR은 실제통화가 아닌 가상 화폐에 불과하지만, 만약 IMF회원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담보 없이 출자비율 만큼 IMF에서 자국화폐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에 따라 지구촌에서 기축통화의 대우를 받는다.

 중국 위안화가 SDR구성 통화로 편입함에 따라,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일약 세계3대통화로 부상하게 되었다. 위안화의 SDR기반 통화 편입 비율이 10.92%로, 미국 달러화 41.73%, 유로화 30.93%에 이어 3번째 규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G2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는 등 달러의 전횡과 독선으로부터 지구촌 금융패권을 양분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해 왔다. 3조19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와 1조2200억 달러의 미국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위안화의 통화량을 꾸준히 증대시켜 왔다. 

  물론 아직까지 위안화의 위상은 달러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위안화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 비중이 겨우 1.86%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수치는 달러(42.5%)와 유로화(30.17%), 파운드화(7.53%), 일본 엔화(3.37%)에 이은 맨 꼴찌 순위다.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기본조건인 통화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자본시장의 개방과 교역형태의 다양성 등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선진 통화시스템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그린백(미국 달러화)과 레드백(위안화)간 통화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은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허브가 중화권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아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신경제 벨트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미국 달러의 패권을 충분히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최대 승전국 미국은 달러화 발권능력을 과도하게 남용해 그동안 세계경제 질서를 농단해 왔다는 지구촌의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은 달러화가 가진 기축통화로서의 ‘과도한 특전’을 통해 세계최대의 채무국이면서도 외환위기와 국가부도사태를 손쉽게 넘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막대한 경상수지적자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무지하게 돈을 찍어 이를 해결해 왔다. 기축통화의 이점을 이용해 빚으로 빚을 갚아 온 셈이다. 무역과 재정불균형에도 대외지급능력과 부채상환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달러의 기축통화 특전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횡과 독선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에서 아직 달러화를 대체할 마땅한 다른 통화가 없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IMF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중국화폐의 SDR 기반통화 편입을 용인한 속셈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을 유도하는 한편, 미국의 영향력 확대와 수익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측된다. 위안화가 향후 결재통화를 넘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와 맞서려면 금융시장 개방과 환율관리의 투명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위상을 가진다면 원화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우리 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요우커(游客)들도 앞으로는 환전의 번거로움 없이 위안화로 우리물건을 구매 할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에서 원화와 위안화의 직거래가 본격화된다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위험이 충분히 우려된다. 다자간협력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는 국제정세 하에서 중국 옆에 우리가 산다는 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도무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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