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속 신음소리만…베이촨 ‘죽음의 도시’

건물 틈으로 매몰자들 “가지마세요” 절규

  • 입력 2008.05.16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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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한 진도 7.8 규모의 지진으로 사망자가 2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촨(北川) 지역이 죽음의 도시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15일 “이번 지진 참사로 베이촨 지역은 ‘죽음의 도시’로 변모했다”고 묘사하면서 “강진이 발생한지 14일 오후 2시 28분(현지시간) 현재 48시간이 흘렀지만 이 지역에서는 차량 소리, 텔레비전 소리 등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단지 작은 목소리의 신음 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릴 뿐이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지진이 지나간 베이촨 지역은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청두에서 베이촨 지역으로 가까이 갈수록 피해 상황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이촨 지역에서 대피에 성공한 한 소년은 원후이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발생한지 2분만에 모든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면서 “수 백kg의 콘크리트가 내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지만 간신히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공포는 20여 분간 지속됐으며 주변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고 대부분은 죽거나 매몰돼 생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진 참사현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매몰된 희생자들이 “당신들 제발 가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고 원후이바오는 밝혔다. 하지만 희생자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무게의 콘크리트에 깔려 있고 구조를 위한 중장비가 이 지역에 진입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가지진국의 한 전문가는 “베이촨의 지진 강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진도 7.8규모가 아닌 진도 10도에 맞먹는 수준이다”며 답답해했다.

베이촨은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원자폭탄이 개발된 멘양(綿陽)을 거쳐 6km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주변은 온통 산으로 덮여 있다. 이곳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구조대원들이 있는 청두까지 가려면 수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15일 오전 현재까지 베이촨 지역에서만 5000여명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이 지역은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원촨(汶川)현에서 160km 떨어진 곳으로 진앙지에서 거리가 비교적 먼 편이지만 7층 학교 건물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곳에서만 1000명의 학생이 매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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