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안무치(厚顔無恥)

승인2016.10.2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경남연합일보 산청군 취재기자 노종욱.

 옛날 중국의 하나라 계(啓) 임금의 아들인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 하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난다. 이에 그의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들의 노래는 모두 서경(書經)의 오자지가(五子之歌)편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막내가 불렀다고 하는 노래에는 이러한 대목이 보인다.

 만성구여(萬姓仇予), 여장주의(予將疇依). 울도호여심(鬱陶乎予心), 안후유(顔厚有)
 “만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꼬. 답답하고 섧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누나.”

 후안(厚顔)이란 ‘두꺼운 낯가죽’을 뜻하는데, 여기에 무치(無恥)를 더해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는‘낯가죽이 두꺼워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공무원 윤리강령의 첫 머리에 “우리는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오늘도 민족중흥의 최 일선에서 겨레와 함께 일하며 산다.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해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 위해 봉사한다. 충성과 성실은 삶의 보람이요, 공명과 정대는 우리의 길이다. 이에 우리는 국민 앞에 다해야 할 숭고한 사명을 민족의 양심으로 다지며, 우리가 나가야 할 바 지표를 밝힌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공무원(公務員)이라 함은 예로부터 국가에 봉사하고 주민들의 안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함을 의무로 삼고 다른 민간 기업과는 다른 투철한 국가관과 애민긍휼(愛民矜恤)의 정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국가가 관리하고 또 국가가 보호하며 정년(停年)의 보장과 동시에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각종 혜택들도 주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안들에 국민들은 공무원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산청군의 일부 공무원들은 의무는 져버린 체, 권리와 혜택만을 주장하니 이를 대하는 주민들은 씁쓸하다 못해 분노감마저 든다.

 지난 18일 산청군청 공무원 산악회 회원 36명은 중국으로 산행을 가고자 채비를 꾸리고 주무부서에 통보를 했다. 산청군청 산악회가 비록 오래전부터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해 것이지만 출발 3일전에 통보하듯 떠나 버리고 나서 생기는 행정 공백은 주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여가 선용과 자기 개발, 그리고 조직 간의 친목도모를 통한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산행이든 체육대회든 선진지 견학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것은 장려 할만하다.

 하지만 이번 산청군청 산악회가 계획했던 산행은 조직의 사정을 고려치 않은 일방적이고 무리한 행사로 주위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산악회 일부 회원들은 불허(不許)한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지난 21일에 산청군수는 전국농어촌자치단체협의회의 주관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선진국 농어촌의 발전현황의 견학을 위해 일주일의 일정으로 출국 했다. 이 행사는 벌써 두 달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를 두고 ‘군수는 되고 우리는 안된다’는 식으로 게시판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산청군의 공무원들은 전국에서도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 속해 지역주민들은 행정부만 바라보는 형국으로 정말 힘들게 공무를 집행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르느라 힘들고 지친 심신을 달래며 조직 구성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경남도는 행자부에서 실시하는 종합 행정감사를 받고 있다. 수감기관으로 감사에 대처해야 자세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어야 한다. ‘경남도에서 실시하는 감사이기에 우리는 무관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경주 지진으로 온 나라가 비상시국에 있다. ‘경주는 우리고장과 떨어져 있어서 상관없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다. 또한 군수는 공무(公務)로 유럽으로 선진지 견학을 떠난 상태로 수장의 공백상태이다. ‘군수는 가는데 우리는 왜 못가게 하느냐’고 한다면 이것은 정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이번 사안의 본질(本質)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기에 우선적으로 공무(公務)냐 아니냐에 대한 것부터 점검하고, 또한 시기가 적절했느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예약 취소로 인한 피해는 안타깝다. 하지만 일을 그르친 산악회 집행부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이 회원들의 심적·물적 피해를 더 키웠음을 자각해야 한다.

 공무원 신조에는 국가에는 충성과 헌신을, 국민에는 정직과 봉사를, 직무에는 창의와 책임을, 직장에서는 경애와 신의를, 생활에는 청렴과 질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 공무원의 12대 의무 중에는 법령준수, 복종, 직장이탈금지, 집단행동금지, 비밀엄수, 품위유지의 의무가 분명 명시 되어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조직안의 일은 조직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 조직이 공무원이라 함은 더욱 그러하다. 집단화되어 제 살 깎기 식의 문제 해결은 현명하지 못하다. 또한 집행부도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회원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웹하드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화로9번길 13(641-851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163-12번지 3층)  |  대표전화 : 055-294-7800
이메일 : abz3800@gnynews.co.kr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12   |  발행인·편집인 : 김교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오용
Copyright © 2020 경남연합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