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 잘 하는 신규직원이 되자

  • 입력 2016.11.14 16:30
  • 기자명 /문송이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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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청 기획감사실 문송이 주무관
▲ 산청군청 기획감사실 문송이 주무관

 ‘뇌순녀’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뇌가 순수한 여자라는 뜻이다. 어른들에게서 풍기는 다소 찌든(?) 모습이 없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닌 어른들에게 쓰는 말이다. 군수님은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셨다. 그 ‘키(Key)’가 바로 ‘뇌순한’우리의 엉뚱한 아이디어다.

 2016년 산청군에는 45명이라는 많은 신규들이 임용됐다. 예년에 비해 많은 숫자로 정원에 비해 현원이 부족해 많은 수요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뇌순한’우리의 조직적응력 향상과 산청 바로알기를 위한 11월 1일~2일 2일간의 워크숍이 진행됐다. 

 지난 10월 14일 신규 임용식 때부터 군수님이 가장 중요시 하셨던 것이 바로 ‘말이 안 되는’아이디어이다. 이미 우리의 자리를 거친 선배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가장 말석에 앉아 ‘당겨 받는’전화만 받고 있는 우리는 아무렇게나 내뱉기 쉬운 아이디어들이다.

 산청군은 현재 ‘평생교육’을 목표로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학습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우리의 생각에 배우는 자세를 더한다면 ‘순순하지만 똑똑한 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실무 역량교육은 내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아직 할 수 있는 업무가 적어 답답하거나 불편한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기획, 예산, 감사, 서무와 같은 단어들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담당 계장님들은 자신이 신규였을 때의 마음을 담아 경험에서 우러나온 ‘꿀팁’들을 많이 전수해주셨다.

 보고서에 로고를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 누구의 이름으로 발송이 돼야 하는지와 공문에서 숫자를 띄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 기안할 때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하는 부분들까지 우리가 앞으로 사용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스스로 헤쳐 나갔다면 오래 걸렸을 스킬들이 계장들의 ‘꿀팁’한 방에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군수님을 비롯해 부 군수님과 많은 계장들께서 말씀을 하셨지만 모두가 같은 맥락으로, 예산 계장의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한 치수 큰 모자를 써라(One size bigger hat)’항상 한 직급 앞선 생각을 갖고 일하라는 말씀이셨다. 지금 앉아 있는 그 자리에만 맞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선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멀리 바라보고 능동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면 빠르게 조직에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왜 공무원이 됐냐고 물어보면 선뜻 이유를 얘기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그 대답을 찾은 것 같다. 도시로 나가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누구보다 산청을 사랑하고 많이 알고 있으니 산청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군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는 단순히 애향심만 넘치는 평범한 군민에 불과했고, 실제로 군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군정 방침이 무엇인지, 세부 사업을 통해 어떻게 군정 방침을 완성해 나가는지 등.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나는 본청과 각 읍면이 군민을 위해, 산청군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하고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됐다. 

 또 나의 공직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공무원증을 목에 거는 순간 사람들은 우리에게 기대한다. 청렴하고 성실하며 강직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진다. 군민들이 알아주지 않는 곳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군민들이 모르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는 그 선입견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일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그 마음대로 산청을 위해 어두운 곳에서도 깨끗하게 일하는 청렴한 공직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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