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우천월(吳牛喘月)

  • 입력 2016.11.15 15:12
  • 수정 2016.11.15 15:15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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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연합일보 산청군 취재기자 노종욱
▲ 경남연합일보 산청군 취재기자 노종욱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의 이야기이다. 서진(西晉)초, 진나라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의 상서령(尙書令)으로 만분(滿奮)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만분이 진무제를 알현하러 갔을 때, 진무제는 그에게 북쪽 창 옆에 앉도록 하였다.

 그 쪽 창문에는 종이 대신 투명한 유리 병풍이 놓여 있었다. 바람을 두려워하는 만분은 이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 창가에 앉기를 꺼려했다. 진무제가 이를 보고 웃자, 만분은 얼른 창가에 가서 앉으며 다음과 같이 해명하였다.

 “남쪽 오(吳)나라의 물소들은 더위를 매우 싫어해 여름이 되면 물속에 들어가 놀거나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입니다. 어쩌다 밤에 밝은 달을 보게 되면 그것이 태양인줄 알고 곧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저도 오나라의 소가 달 보고 숨을 헐떡이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臣猶吳牛, 見月而喘)” 

 오우천월(吳牛喘月)이란 ‘지레짐작으로 공연한 일에 겁을 내고 걱정함’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나라가 온통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어처구니없고 걱정스런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건강의 적(敵)이다. 비통에 빠져있지 말고 매사에 희망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은 국가를 걱정하고 있다.

 가을이 짙어간다. 비통함 또한 깊어간다. 2016년 가을은 더 그리운 이들이 보고 싶다. 시절이 수상해서 일까? 유독 이번 가을은 그리운 이들이 더 보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어떻게든 치르고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과정은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 것이다. 시절 때문에 자괴감이 든다면 이 또한 내 몫이라 여기고 희망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보자.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세월이 흘러가면 해결 될 것이다. 그래서 민초들은 세월에 맞서 이기면서 견뎌야 한다.

 지난 12일에 서울에 모인 분노와 절망의 100만 여개의 촛불이 보여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다음세대를 위한 기성세대들의 최소한의 양심이라 여겨진다. 지금 이 세상은 그대와 내가 살았던 세상이라고 함께 웃으며 추억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산청군도 주민들에게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상호간의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불신이 있다면 회복을 위해서, 해결을 위해서 마주 앉아 소통해야 한다. 직원들 상호간에도 마찬가지다. 인정하고, 뉘우치고 소통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이다. 산청군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어졌으며, 남명 조식이 후진을 양성한 고장이기도 하다. 또 산청군은 민족의 명산 지리산의 고장이며, 청정골의 고장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삶에는 질곡은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에게 박탈감과 상실감만을 주지 않았다. 시절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면 스스로의 자생력으로 다음세대에게 희망으로 물려주면 된다. 청정골 산청에서 산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진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 여겼던 깊어가는 지리산의 가을이 큰 위로를 준다. 힘들면 참지마라. 참다가 마음의 병이 되는 것이다. 그러질 못하겠다면 마음을 돌리면 된다. 세상은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 세상에는 안 아픈 사람이 없다. 그 아픔을 이겨 나가는 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 또 성숙되어 가는 과정에서 아픔도 슬픔도 꼭 필요하기에 신께서 우리에게 지금의 상황을 허락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살아 있음에 누릴 수 있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이 선물을 곱게 받아드리고 싶다.

 요즘 말로 ‘멘붕’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탄식하며, 그저 열심히 살아보자고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푸념뿐이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 아픔이 없는 사람도 없다. 힘들거든 조금만 쉬어가자. 이 가을에는 그리운 이들이 더 보고 싶다. 지레 걱정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든 데로 살아가자. 

 그리운 이에게 전화라도 한통 넣어야겠다. ‘잘 살고 있냐고…마음은 상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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