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 등

  • 입력 2006.05.08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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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
신영철 지음
문학사상사, 352쪽, 9800원


에베레스트는 지상 최고의 산이다. 이 책은 신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에서 생명을 건 산악인의 우정과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둔 절친한 두 친구 정호와 세원. 운명은 그들을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는다. 세원은 사고로 다리를 다친 친구 정호에게 자신의 산소통까지 넘겨주고 밤을 새웠지만 결국 정호는 함께 산을 내려오지 못한다. 이후 죄책감과 마음의 상처를 안은 세원은 산을 떠난다.
에델바이스는 높고 험준한 산 속의 외진 곳에서 흰 눈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다. 많은 산악인은 에델바이스의 순결함 때문에 그 꽃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 에델바이스의 순결함은 또 이 소설이 보여주는 초절한 정신주의의 결정을 암시한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 인내, 기품, 용기이며, 이 의미들은 산 위와 산 아래를 가름하는 이 소설의 이분법적인 인식에 비추어 각각 놓이는 자리가 구분된다. 작가는 산 위와 산 아래의 의미망들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에델바이스라는 상징물로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도 제55회 문학사상사 장편문학 당선작이다. 목숨을 건 우정과 사랑의 서사를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치는 선굵은 소설이다. 소설은 의식의 심층이 아닌 몸을 움직이고 던져야 하는 실체적 이야기 구조에 기댄 웅혼한 천지를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독특한 발화방식을 취하고 있다.
장엄한 설산의 숨 막히는 모습, 산 사람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는 작가자신이 에베레스트 등반대장으로 숱한 등반에 참여한 베테랑 산악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설가 서영은은 추천의 글에서 “이 소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최고봉에 오른 사람의 등정방법에 관한 기록이 아니라, 오르지 못한, 또는 오르지 않은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산은 보이는 목표가 아니라 감추어진 신, 진리로서, 그 품으로 들어와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고 목숨까지도 잃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이란 화엄의 꽃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내일은 멀리 갈거야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해냄출판사, 276쪽, 9000원


이 책은 17살부터 32살까지 15년에 걸친 한 여자의 애잔한 연애담을 다루고 있다. 연애를 뺀 인생은 생각해 본 적도, 생각할 수도 없는 주인공 이즈미가 다섯 남자와의 연애를 통해 겪는 사랑의 달콤함과 쓰라림이 섬세한 묘사를 통해 투명하게 드러난다. 학창시절의 짝사랑, 우발적으로 시작한 첫 연애, 연하남과의 열애, 서로 다른 두 사람과의 연애, 스토커가 된 전 애인의 위협, 여행지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랑 ... 이즈미가 만들어가는 사랑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 만난 순간의 설렘, 고백하기 직전의 두근거림, 연애할 때의 짜릿함, 이별이 다가올 때의 서늘한 예감 등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가쿠다 마쓰요가 처음으로 쓴 연애소설이다. 가쿠다 마쓰요는 2005년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로, 노마 문예신인상, 부인공론 문예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매년 아쿠가와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쿠다 마쓰요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납치여행 designtimesp=11959 designtimesp=23262 designtimesp=23559> <공중정원 designtimesp=11960 designtimesp=23263 designtimesp=23560>, 현대인의 고독을 묘사한 <인생 베스트 텐 designtimesp=11961 designtimesp=23264 designtimesp=23561>,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대안의 그녀 designtimesp=11962 designtimesp=23265 designtimesp=23562>로 폭넓은 작품세계를 갖고 있다.

작가는 여유를 남기는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와 생의 이면에 드리운 다양한 의미들을 포착해내는 섬세한 시선으로 평론가들에게서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아왔다.
당당하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서고 싶지만, 사랑에 빠지면 지배당하거나 보호받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솔직하고도 부끄러운 내면, 연애가 식어갈 때 불안함과 안타까운 매달림, “다음 번에는 좀 더 나아져야지, 멋진 연애를 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돌아보면 다시 예전의 팬턴으로 답습했다는 좌절감 등이 솔직하게 표현되고 있다.


스포츠, 그 불멸의 기록
기영노 지음
문학사상사, 288쪽, 1만4500원


이 책에는 승부의 세계가 좋아 스포츠 가장 가까이에 있고 싶어 스포츠 기자, 해설가가 된 저자 기영노의 해박한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와 이상한 대진 때문에 두 번이나 일본에 이기고도 아쉬움을 삼키며 돌아와야 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잊지못할 긴장감을 안겨주었던 명승부의 순간들을 저자의 맛깔스럽고도 자세한 설명으로 즐길 수 있다.
또 세계인의 기억에 영원토록 남을 스타들의 명승부와 기록을 다양한 종목에 걸쳐 다루고 있다.
암선고를 받았던 사이클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기적적인 회복과 재기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또 조국 에티오피아를 25년이나 강제점령했던 이탈리아 땅을 맨발로 뛰어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아베베는 스포츠가 한 나라 국민의 아픔을 어떻게 씻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예다.
그 밖에도 한국과 미국의 프로농구, 야구, 축구의 숱한 기록들은 스포츠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 책은 풍부한 자료를 함께 실음으로써 독자들이 역사에 남을 명장면과 스타들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현도기자 yhd@jo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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