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도담군(餘桃啖君)

승인2016.12.2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경남연합일보 산청군 취재, 노종욱기자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편의 이야기이다. 춘추시기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던 미자하(彌子瑕)는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몰래 국왕 전용수레를 타고 황궁을 빠져 나왔다. 당시 위나라의 법에는 함부로 국왕의 수레를 탄 사람은 발목을 자르는 월형(刖刑)에 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왕은 지극한 효성이라며 칭찬하였다.

 그 후 어느 날 미자하는 국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가 먹다만 복숭아 반쪽을 국왕에게 건넸다. 국왕은 반쪽 복숭아를 먹으면서도 “나를 끔찍하게 생각하는구나. 이 맛을 참고 나에게 먹도록 해주다니”라고 칭찬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국왕은 미자하의 모든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만 하였다. 그러던 중, 미자하가 죄를 범하게 되자, 국왕은 그녀를 꾸짖었다. “이 천한 것아! 네가 이럴 수가 있느냐? 지난 날 국왕의 명이라면서 과인의 수레를 훔쳐 타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감히 나에게 먹이다니”  

 여도담군(餘桃啖君)이란 ‘사랑과 미움, 기쁨과 분노가 늘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올 한해도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해마다 연초(年初)에 드는 생각과 연말(年末)에 드는 생각은 많이 다르다. 각오(覺悟)와 회고(回顧)의 차이점이랄까. 생각이라는 점은 같은데 느낌은 천지(天地) 차이다. 

 올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무던히도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연초(年初)에 기록했던 수첩을 들춰보니 관계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변한다. 환경에 의해서도 변하고 세월이 흘러 나이 들어감에 외모도, 사고도 바뀐다. 하지만 사람은 행복했던 순간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한 두 개쯤은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 추억이 힘들 때를 이겨내는 에너지가 되고, 그 추억이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배려가 되기도 한다. 그리운 이름 하나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리운 이름 하나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그리움이 가득한 사랑은 언제나 그렇게 설렌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슴에 그리운 이름 하나 쯤은 품고 산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가슴에, 또 기억 속에 담고 이 해를 보내게 될까…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지옥은 지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기와 질투, 배신과 거짓말 그리고 국정농단. 요즘 대한민국은 지옥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천국은 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배려, 섬김과 나눔이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다.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진정한 나눔을 펼쳐지는 또 다른 대한민국의 모습이 바로 천국인 것이다. 어지러운 정치인은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 나라가 어지럽다는 사람들이 있으나, 면면(面面)을 살펴보면 이 어지러운 사회는 어지러운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요즘 대한민국을 환히 비추는 천만 개가 넘는 촛불을 보고 있다. 어떤 이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다. 허나 바람에 꺼진 초에 불은 다시 붙이면 된다. 그러면 불은 다시 타오른다. 그 단순한 이치를 모른다. 무식하게도…

 초는 스스로를 뜨겁게 태워 불을 밝힌다. 그리고 주위를 환하게 하고 세상을 환하게 한다. 이것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힘인 것을 모르고 있다.

 인간은 무지(無知)가 드러날 때 가장 위태롭다. 하지만 그 무지를 인정 할 수 있어야 가장 정의롭다. 그래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다. 국민들은 위증자(爲政者)들을 위해 기도하며 안녕을 빈다. 그러나 위증자들은 국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들의 이해관계와 보신(保身)에만 열중하고 있다. 요즘 나라꼴을 보면서 무기력한 나의 모습이 역사 앞에서, 다음세대 앞에서 염치없다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

 얼마 남지 않은 2016년이지만 사랑하며 살자. 그것이 가장 아름답게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올 한해도 참 수고했다”라고 사랑담은 말을 건네 보자. 주위 사람들에게도 “당신 땜에 올 한해도 행복 했노라”고 말해보자. 그러면 좀 더 세상은 따뜻해 질 것이다.

 2016년에도 청정골 산청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서 참 행복했다. 어떤 날은 그리운 친구들이…, 어떤 날은 아름다운 자연이…,  또 어떤 날은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해서 참 행복했다.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2017년을 맞이해야겠다. 사랑과 미움, 기쁨과 분노는 늘 변한다. 청정골 산청은 언제나 나에게 쉼터였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회원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웹하드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화로9번길 13(641-851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163-12번지 3층)  |  대표전화 : 055-294-7800
이메일 : abz3800@gnynews.co.kr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12   |  발행인·편집인 : 김교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오용
Copyright © 2020 경남연합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