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곡돌사신(曲突徙薪)

  • 입력 2017.01.31 16:36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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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민족의 명절 설을 앞두고 통수식이 열리는 산청·생초 통합 정수장에는 피 맺힌 절규가 행사장을 찾은 내빈들을 볼모로 잡고 행사장의 진입로에서 메아리 쳤다.

 이날의 소요는 통합정수장의 완공을 위해 온갖 고통을 감수하며 지역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마무리 공사에 참여한 중장비 업체들의 관계자들이 미지급된 공사 대금의 완료를 요구하며 작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예로부터 설날은 민족전체가 행복한 마음으로 저마다 고향으로 찾아가 일가친척들을 만나 덕담과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로 온 가족이 즐거워하는 고유의 명절이다. 하지만 이날 중장비로 진입로를 가로막은 이들에게는 분노와 걱정의 얼굴을 한 채, 불신(不信)으로 산청군 공무원들에게 대한 원망만 가득했다. 적어도 이날 모인 업체들의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이 아니라 걱정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날 통수식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이날 시위도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공무원들은 꼼수로 윗사람들의 대한 과잉된 충성인지 모를 행사를 예견된 소요를 인지하고서도 강행했으며, 당연한 요구를 부탁이 미덕으로 생각했던 공사업체들은 미지급 대금을 받기 위한 공무원들의 꼼수를 실력행사로 대항한 것이다.

 이날 사태는 미리 예견됐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이날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지도 못했으며, 사태가 일어나기 전 해결하려는 의지조차도 없었던 것 같다. 거슬러 올라가면 원 도급사의 한 회사는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제대로 적격심사를 하지 않은 채 문제를 키웠으며, 도급사가 부도나서 파산하고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제대로 세워 놓지 않고 주먹구구식의 면피성 업무만 처리 해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이날 통수식에서는 군수를 비롯해 산청군의회 의장, 생초를 지역구로 둔 군 의원, 도의원 등 여러 내빈들이 정수장의 완공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 된 후, 업체들의 덤프트럭 등 장비를 이용해 진입로를 봉쇄하고 미지급 대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너무나도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사태를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이럴 줄 알았다”는 공무원의 넋두리는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했다는 것처럼 들렸다. 예견하고서도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국가는 공무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 민의(民意)를 수렴해 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날 산청군 담당 공무원들의 태도는 수장인 군수가 감금돼 곤란을 당하든 말든, 또 도의원을 비롯한 내빈들이 불편을 겪든 말든 순간만 잘 지나가면 된다는 꼼수만 부리고 있다고 보여졌다. 또한 더 한심스런 것은 지역구 군의원은 사태 해결은 커녕 이날 사태를 미리 알았는지 멀찌감치 차를 세워놓고 사태가 발생하자 바로 자취를 감춰 버려 행사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준비를 철저히 해 화근을 미연에 방지함’을 뜻한다.

 이날 산청군 담당 공무원들은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하더라도 사태에 대한 해결 방법과 해결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 이날 산청군 담당자들은 ‘망연자실’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곡돌사신의 자세를 견지(見至) 했어야 했다. 한심스러웠다. 화가 났다. 전형적인 갑질의 형태를 산청군 공무원들이 보여줬다.

 낭패를 당한 군수와 도의원, 그리고 행사장을 찾은 내빈들과 지역주민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날 사태를 대 했을까? 성난 주민들은 감금돼 있다시피 한 군수를 성토했다. 담당 공무원들의 한심스러운 행태에 주민들의 원성은 오로시 군수에게로 향한 것이다.

 비단 이날 소요를 야기한 장비 업체들뿐만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주유소, 식당 등 피해를 본 지역 출신 업체들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해당 공무원들과 산청군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화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시간만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철밥통이라 자랑 말고 고통과 피해를 당하는 지역주민들의 안위(安位)를 살펴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의 본분(本分)이다. 아니 그것이 사람의 도리(道理)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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