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총 7시간…연극,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다

3월 4~19일 대학로 예술극장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고전 연극 갈증 있는 관객 발굴…장시간 공연 늘어난다

  • 입력 2017.02.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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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사진 = 극단 피악 제공)
▲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사진 = 극단 피악 제공)
▲ 로버트 윌슨 ‘해변의 아인슈타인’.(사진 =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제공)
▲ 로버트 윌슨 ‘해변의 아인슈타인’.(사진 =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제공)

 러닝타임이 총 7시간에 달하는 연극이 찾아온다.

 극단 피악이 내달 4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 분야 우수작품제작 지원 선정작이다.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를 주제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죄와벌’에 이어서 선보이는 3번째 작품이다.

 정동환, 김태훈, 박윤희, 지현준 등 연극계 스타들이 나오는 이 작품은 총 3권으로 구성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 장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바탕이다.

 1부와 2부로 나눠 독립된 공연 2개로 선보이므로, 공연 기간 내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날짜가 다르다. 티켓을 따로 예매해야 한다. 러닝타임은 각 공연별로 약 3시간 30분(인터미션 포함)으로, 총 7시간 동안 진행된다. 원작의 내용이 방대해 그 동안 쉽게 접근이 힘들었던 대작이다.

 극단 피악의 대표인 나진환 연출(성결대 교수)은 “원작이 가지는 거대한 인문학적 힘을 연극적 언어로 충실히 재창조 하기 위해 1부와 2부로 나눠 공연한다”며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고전 문학작품의 연극화로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들에게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연계에서는 이미 러닝타임이 장시간에 달하는 작품들이 선보였다. 최근의 예만 봐도 지난해 9월 연극 ‘햄릿: 완전 무삭제 공연’(연출 남육현)은 인터미션 1시간을 포함해 총 6시간을 공연했다.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을 대사 편집 없이 그대로 올렸다.

 현대 공연예술의 거장 로버트 윌슨의 실험 오페라이자 그의 대표작인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40년 만인 지난 2015년 10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한국 초연했는데, 인터미션 없이 4시간 30분 동안 공연됐다.

 윌슨이 활약한 1970년대 해외에서는 장시간 공연이 많았다. 윌슨은 뉴욕에서 밤새 12시간을 공연하는 ‘스탈린의 삶과 시간’을 선보였다. 또 24시간짜리 무음의 작품, 밤낮을 가리지 않고 7일 동안 공연하는 작품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대학로에 장시간 공연하는 작품이 등장하는 건 눈길을 끈다. 한편에서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현재 대학로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본다. 도스토옙스키, 햄릿 등 주로 고전이 바탕인 점도 이를 반증한다.

 연극계 관계자는 “현재 대학로가 예술을 지향하는 연극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연극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장시간 공연 같은 실험은 고전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는 관객을 발굴하기 위한 시도”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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