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시대와 성(性)

  • 입력 2006.05.09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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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을 보면 두 주인공 남녀가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헬멧을 쓰고 자연스럽게 마주앉아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자극적인 영상에 사로잡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가상섹스를 위한 시뮬레이션 장치는 뇌 속에 자리한 ‘쾌락의 중추’를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그들을 섹스의 쾌락으로 인도한다. 이 영화에서는 결국 육체를 통한 성적 즐거움이 더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고 있지만, 미래사회에서의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면서 동시에 성(性)의 바다가 되었다. 이러한 성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항해도는 인터넷의 성관련 싸이트인데, 이러한 싸이트는 삼차원 콤플렉스와 이차원 신드롬을 통해 이해되어질 수 있다. 삼차원 콤플렉스란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느끼는 장애를 말한다.

그리고 이차원 신드롬이란 이러한 물리적 세계의 장애를 컴퓨터 속의 가상공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세계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서
은밀하게 성적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성의 바다로 불러들일 수 있는 좋은 미끼인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정보검색 싸이트마다 검색단어 중 부동의 1위를 섹스(sex)가 차지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또 다른 매력은 물리적 세계에서 부딪히는 불가능이란 없다는 점이다. 물리적 세계에서의 난관을 통한 삶의 무게를 느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사이버 세계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유토피아인 것이다.

사이버 섹스는 안전한 섹스라는 개념에서 시작하는 온라인 섹스를 말한다. 여기엔 에이즈도 없고 윤리나 금기도 없다. 그래서 그런 만큼 대담하고 그만큼 무책임한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을 통한 연구는 디지털 포르노그라피 차원에서 상업화될 전망이어서 법적 규제와 통제를 넘어선 사회문제까지 야기 시킬 수 있는 상당히 위험한 연구이다.
사이버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는 달리 한편으로는 사이버 섹스가 성문화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허리디스크, 관절염 등으로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이버 섹스를 통해 물리적 세계에서 나타나는 중력의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성기능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이버 섹스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교감을 동반하는 전통적 애정행위를 사이버 섹스가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사이버 에로티시즘과 물리적 공간의 차이는 접촉과 접속의 대결로 간주할 수 있다. 이 대결을 통해 사이버 세계 속의 인간에 비해 물리적 공간 속의 인간의 가치가 결코 동등하거나 낮게 취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국 접속보다 접촉에 의해 더 진실하고 풍부한 사랑을 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시각적 반응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이버 사랑이 오감(五感)과 영혼의 교감을 통한 현실세계의 사랑을 어느 정도 모방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창원대학교 외래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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