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용 칼럼] 멱장기수(冪將棋手)

  • 입력 2017.04.24 16:50
  • 수정 2017.04.26 10:53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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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용 편집국장
▲ 이오용 편집국장

 ‘쉼터’ 관리 창원시 지원 절실
기초단체로는 시가 처음 도입
경남대리운전노조 간부 11명
돌아가며 ‘쉼터’ 관리

 

 ‘멱장기수’는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장기수를 말하는데 자칫 창원시가 이에 해당되는 논란에 휩싸일 것 같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해 11월, 추위와 더위에 노출된 창원지역 3000여 명 대리기사들을 위해 비바람을 피할 쉼터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리고 6500만원 시비를 들여 4개월 만인 지난 3월 8일 유흥가가 밀집 된 상남동 인근 한 공용주차장 한 켠에 50㎡ 규모 이주노동자 ‘쉼터’를 조성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대리기사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일게다. 또 시민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견인차 역활을 하는 안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한 층 더 깊어졌을 것이다.

 ‘쉼터’ 내부에는 대리기사들을 위해 전신안마기 2대, 발마사지기 5대, 족욕기 2대, 냉·난방기 1대, 혈압체크기, 소파 2개, 탁자, 싱크대, 컴퓨터 1대 등이 설치 돼 안 시장의 따뜻한 배려를 말해주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3년 전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조성으로 효율성이 확대돼 각 지역마다 2~3곳 ‘쉼터’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원시는 서울에 이어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장돼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창원쉼터’ 조성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각지에서 대리운전 관계자 100여 명이 벤치마킹 차원에서 방문, ‘쉼터’를 둘러본 사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안 시장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시설이 얼마나 부러웠으면 이구동성으로, 돌아가면 창원시 정책을 자신들의 거주지 시장·군수에게 건의해 ‘쉼터’개설을 부추긴다고 했을까?

 안 시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시설 상황을 지켜 본 후 제1, 제2 ‘쉼터’를 조성하겠다. 장기적으로 이동노동자 복지지원 프로그램(건강, 법률, 금융상담 등) 확대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창원지역 3000여 명 대리운전기사들은 안 시장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숨기기 않고 진심어린 고마운 박수를 보냈다.

 ‘쉼터’를 관리하고 있는 이창우 경남대리운전노조 지부장은 “개소식 후 현재까지 1일 평균 30여 명 대리운전기사들이 방문한다. 이들은 지친 몸을 안마기에 맡겨 피로를 풀고 쾌적한 마음으로 콜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밖에서 서성이며 추위와 싸우고 더위를 피해 ATM이 설치된 은행에서 콜을 기다렸다”고 전하면서 “다시 한 번 안 시장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운영 실태다. 이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시근무자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무자 월급이 지급돼야 하지만 1일 근로 수준의 경남대리운전노조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상태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안은 간부급 11명이 날짜를 정해 오후 6시~9시까지 3시간 봉사 근무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전 2시부터 5시까지는 지부장 이 씨 혼자 도맡는 방안이다.

 ‘쉼터’는 현재 그렇게 운영 중 이라고 한다. 이에 경남대리운전노조는 안타까운 현실을 수 차례 시 건의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자는 “올해는 예산이 없어 안된다”는 말만 앵무새 처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11명 봉사자들 말에 따르면 별다른 직업 없이 대리운전에 전념하는 처지에서 3시간 봉사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이 지부장 경우 새벽 시간을 혼자 관리한다는 것은 이미 생계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론이다.

 더구나 경제침체와 김영란법이 맞물리면서 유흥시장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밤 11시면 콜 수행은 거의 막을 내리는 시간이기에 초저녁 ‘쉼터’봉사는 치명적이라고 11명 봉사자들은 재차 주장했다.

 안타까운 현실은 또 있다. ‘쉼터’를 방문하는 대리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커피와 물이다. 재정적 도움이 전무한 상태에서 커피와 물을 구비하는 자체가 커다란 어려움이란다.

 이 문제는 ‘쉼터’를 아끼는 기사들이 전 날 수입 중 개인적으로 어렵사리 커피를 구입해 비치해 놓는다고 한다.

 자! 이쯤되면 이제는 창원시가 나서 줄 차례 아닌가? 지부장 이 씨는 “많다면 많은 액수일지 모르겠지만 원활한 쉼터 운영을 위해 시가 한 달 300만원만 지원해 준다면 타시에 모범이 되는 ‘쉼터’를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애절하고 간곡한 바람인가? 창원시 강영희 의원도 “현재 ‘쉼터’ 상황은 상근 인력이 없는 등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 될 우려가 높다”면서 “‘쉼터’ 운영에 있어 상근인력 배치 등 세밀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작지만 효율적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는 ‘창원쉼터’는 타 도·시 사람들이 탐내는 창원의 자랑스러운 시설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보람된 일을 추진한 안 시장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다. 그런데 이를 포기하려는가?

 강 의원 말처럼 11명 간부들이 3시간 봉사 과부화로 ‘쉼터’ 문을 열지 못하게 될 경우, ‘쉼터’ 개장은 전시효과로 끝날 것이고 쉼터 문을 열든 닫든 나몰라라 하는 안상수 창원시장은 멱장기수(冪將棋手)로 내몰리며 언론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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