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용 칼럼] 체계 무너진 ‘거창 국제연극제’

안타까운 한지붕 두가족의 힘겨루기

  • 입력 2017.06.13 18:51
  • 수정 2017.06.20 22:12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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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용 편집국장
▲ 이오용 편집국장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 많은 언론과 연극 마니아들이 노심초사하며 한 고장에서 두 단체 연극이 동시다발(同時多發)로 개최되는 코미디 같은 파행만은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70~80년대 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사양길로 접어든 극장들마다 두 편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얼마 후엔 쇼가 끝나면 잠시 후 영화를 상영하는, 일명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극장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들 모두 기우러져 가는 극장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편법으로 시도하던 방침이었다.

 

 그런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발상됐는지 모르지만 거의 2년을 채 못 넘기고 극장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관객입장에서 볼 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요점(要點) 없는,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앞섰기에 극장가를 외면했다.

 

 그렇지만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개최될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 이는 민간단체가 주도하며 지난 29년간 알찬 공연을 펼쳐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국제연극제로 자리매김 했다.

 

 프랑스 한 단체는 이날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무려 1년을 단원들과 동고동락 하며 연습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극장처럼 요점 없는 연극이 아닌 요점으로 꽉 찬 알찬 연극제이기에 연극 마니아들은 가족·연인과 함께 매년 여름 수승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여름이면 20만 명 이상이 피서를 겸한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거창군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이 꿈틀됐나보다. 많은 언론과 연극 마니아들이 노심초사 하던 두 단체가 벌이는 ‘거창국제연극제’ 이제 얼마 후면 우리 눈앞에 코미디처럼 전개된다.

 

 많은 언론과 연극 마니아들이 그렇게 ‘거창문화재단’ 측에 자제를 당부했건만…

 

 거창문화재단 측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만일 민간단체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지난 29년간 연극제를 주도해 오면서 매년 적자현상이 나타났다면 그래도 이 연극제를 진행시켰겠는가?

 

 토사구팽(兎死狗烹), 이 고사성어가 적합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민간단체가 지난 29년간 공들여 정착시킨 연극제를 칭찬은 고사하고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토사구팽보다는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어 자기의 공인 것 처럼 한다는 因人成事(인인성사)나 하늘의 공을 탐한다는 貪天之功(탐천지공)이 더 맞는 말이겠으나 토사구팽도 틀린 말은 아닐게다.

 

 한 가지 더, ‘거창문화재단’ 측은 현재 정치판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적폐청산(積弊淸算)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이번 연극제를 두고 부끄럽지 않은지도 묻고 싶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공연일정을 발표하자, ‘거창문화재단’도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로 공연일정을 잡아 민간단체가 29년간 공연장소로 사용하던 수승대를 군의 힘을 빌려 가로챘다.

 

 힘없는 민간단체는 ‘거창문화재단’ 힘에 밀려 거창 원학동 계곡에서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한단다.

 

 그리고 연극제 타이틀도 민간단체는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 ‘거창문화재단’은 ‘2017 거창韓(한)거창국제연극제’, 궁색하게 ‘거창韓(한)’이란 명칭을 삽입시킨 것을 보면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결국 올 여름 거창에서는 두 단체가 벌이는 연극제가 진행된다.

 

 과연 지척의 거창군민들은 어떠한 시각으로 이를 지켜 볼 것인지? 거창을 찾는 연극마니아들은 어느 단체 연극을 관람 할 것인지? 두 단체 홍보팀들은 선거 유세장에서 처럼 어깨띠를 두르고 관람객 유치에 열을 올리지는 않을지? 

 

 올 여름 거창에서 펼쳐질 두 단체 연극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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