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 깡통’이 요란하다더니… 도의회 의장단 선거 결국 기존방식대로

  • 입력 2008.06.25 00:00
  • 기자명 이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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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도의회가 의장단 선거시 의원 개개인이 자기의 마음에 드는 의원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써서 제출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선출되는 교황선출 방식에서 탈피해 후보 등록을 하고 정견을 발표하는 등 완전 직선제를 도입한다며 요란을 떨더니 23일 결국 없던 것으로 결정났다.

이 소식에 기자의 뇌리에 언제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도내 모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가 문득 떠오른다. “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런닝메이트로 부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누구를 잡아야 된다 각 상임 위원장에 뜻을 둔 의원도 포섭해야 한다”는 등 제 각각의 곰보 계산을 하면서 밤 마다 지지를 부탁하며 술판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 했었다.

당시엔 너나 할 것없이 이러한 추태는 일반화된 것 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물론, 술에다가 일부에선 현금 거래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모 의원은 받은 수표를 서너달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가 현금으로 바꿔갔다는 믿자니 한심스럽다 못해 추악해 구토가 나올 얘기도 간혹 들려나오기도 했었다.

의장단 선거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각기 패가 나뉘어져 특정 인사를 지지하다보니 선거 이후에도 마치 오월동주(吳越同舟) 양상이 곳곳에서 불거진 사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일부지역에선 현금 거래를 하던 의원들이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기도 했었지만, 이러한 관례가 완전 사라졌는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물음표를 떠올리게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교황선출 방식에서 후보를 등록하고, 토론회를 가진 뒤 정견을 발표하고 심판을 받는 완전 개방형 직선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남도의회 강갑중(진주3) 의원이 용기를 내어(?) 지난 3일 의장단 선거에 대한 ‘회의규칙’과 상임위원장 선출과 위원회 구성에 대한 ‘위원회조례’ 개정안을 의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은 강 의원을 포함해 29명으로 도의원 53명의 과반수를 넘겨 대다수 도민들은 사실상 의장단 선출 방식이 바뀌는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23일 열린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의장단 선거 개정안은 28명의 도의원이 심의를 보류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무산됐다.

따라서 도의회는 폐단과 후유증이 막심한 기존의 의장단 선거 방식대로 다음달 4일 제8대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게 됐다. 일각에선 “이럴거면 뭣하러 그렇게 요란을 떨었는지 한심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떳떳하게 각종 검증절차를 거쳐 심판을 받고, 특히 도의원 자신들도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선출됐으면서 왜 교황선출방식을 고집하는 지 그 의도를 도의원들은 속시원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구토를 유발하게 할 구태가 재연될지 520만 도민들의 눈과 귀가 도의회에 쏠려 있음을 간과하지 말것을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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