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중년세대의 10년 후 자화상

  • 입력 2006.05.10 00:00
  • 기자명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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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이 땅의 중년 세대들은 성취세대들이다.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 선배세대들이 이루어 놓은 전쟁의 상흔 속에서 베이비붐을 통하여 태어났고 나름대로 평화의 시대를 살아왔다. 줄곧 지속되는 근대화 과정을 통하여 치열한 경쟁을 만끽(?)하면서 살았다. 과밀한 2부제 수업에서 진학의 고비마다 과외경쟁이 있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살면서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정보화 사회를 용케도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기 제품이라면 동네에서 하나밖에 없던 TV를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보던 시절에서,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과의 만남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친구가 되었다. 중학교 시절 신문의 날 특집기사에는 집안에서 전화선을 통해 신문을 본다던 거짓말 같은 미래상이 이젠 너무나 익숙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 시대 중년 세대들은 그야말로 성취와 함께 변화에 적응하는 세대들이었다. 자가용이라면 극히 부유한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동경의 대상에서 이젠 소형이건 간에 한 집에 두 대씩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외국여행이란 꿈에나 그렸던가? 그리고 소풍이라도 가야만 사이다를 맛보던 세대들이 이제는 구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하여 멀리하는 세대가 되어간다.

그런데 이 땅의 중년세대들은 10년 이후에 또 다른 경험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토록 팽창해나가던 도시는 성장이 아니라 동공이 생기고 쪼그라들고 위축되어가는 우리의 주변의 사회상을 읽으면서 늙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초저출산율과 고령화이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출생한 신생아는 5년 전에 비하여 20만 명이 줄었다.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인구감소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2016년 이후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0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 7%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14%이상인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이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은 2030년에는 81.5세로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40대 중반과 50대 세대들이 여기에 속한다. 10년 후부터는 여생을 성취의 사회에서 줄어들고 쪼그라드는 사회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은 피부양 인구를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현재 5%대에서 2020년 이후 3.6%대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세출증가 억제를 통한 균형재정기조 유지와 국민연금의 조속한 개혁 그리고 인구출산장려정책, 고령인력 및 여성인력 활성화 등 노동력의 양적 확대를 이루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교육, 인적자원개발 등 질적 제고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하지만 이 모두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위축되는 사회를 견디어 내고 여생을 마무리 할 중년세대라면 개인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건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 생산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고령화 사회의 미덕이란 생의 마지막까지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자를 말한다. 노령일수록 자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노련함을 가져야 한다. 늙지만 젊어야하고, 노인이 아니라 늙은 젊은이여야 한다. 노익장은 당연히 일상의 용어가 되어야 한다. 저출산에 따른 젊은이의 몫을 그 때는 고령자들이 해내어야 한다. 여생에 남겨진 휴식은 사치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미리미리 자신에 맞게 연륜을 더한 경험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평생학습의 중요성은 부각되어 진다. 위축되는 사회의 쓸쓸함 속에서도 추하지 않는 ‘아름다운 황혼’의 선택과 집중은 10년 후 사회를 대비하는 중년세대들의 또 다른 성취와 적응의 장이 될 것이다. 늙지 못할 중년세대는 참으로 축복받는 세대들이다.

이장환 마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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