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호관찰’ 인재지변을 예방하는 감시자들

  • 입력 2017.10.11 19:0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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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도 개봉한 한국영화 ‘해운대’는 예상치 못한 쓰나미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에 따른 비극을 절묘하게 연출해 1000만 관객 영화의 반열에 들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천재지변(지진·해일·화산분화)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새 정부에서는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현장 대응을 위해 소방 및 해양경찰청을 독립시키고 관련 공무원을 증원하는 등 천재지변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행보이며 향후 천재지변 등 긴급재난이 발생 시 충분히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사회는 천재지변에 맞먹는 인재지변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근래에는 여성과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며 이는 국민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끔찍한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강력범죄와 아울러 교통사범, 사기횡령사범 등 기타사범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교도소, 소년원 등 수용시설은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 

 그로 인해 집행유예, 가석방, 임시퇴원 등 사회내처우 처분을 받은 대상자들이 급증하게 됐고 이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소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1989년 보호관찰제도가 시행되고 30여 년이 지난 현재 보호관찰제도는 대한민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됐고 국민들에게도 더 이상 보호관찰소는 생소한 기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도의 정착과 더불어 보호관찰 인력 또한 증원됐을지 살펴보자.

 보호관찰 사건수는 지난 2013년도 21만 9333건에서 2016년도 27만 5460건으로 대폭 증가한 반면, 보호관찰 인력은 2013년도 1364명에서 2016년도 1356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단순 환산한다면 직원 1인당 담당 사건수가 161건에서 203건으로 늘어난 상태로, 영국(16건), 스웨덴(9건) 등 보호관찰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관찰직원은 대상자들의 보호관찰를 포함한 전자감독, 수강, 사회봉사, 조사, 법교육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취·정신장애 범죄인을 관리하는 치료명령제도도 신설되면서 이전에 비해 더욱 숙련되고 전문적인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다. 

 향후 재범예방에 대한 보호관찰소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의 인력으로는 이 역할 모두를 완벽하게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단순히 보호관찰직원의 수만 증가한다고 해서 재범률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인 보호관찰 인력의 증원은 필수적이지만 그와 더불어 보호관찰 업무의 전문화, 분업화도 시급하다. 

 범죄 전력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임상심리사, 알코올증독자나 약물중독자들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중독관리사, 범법소년들을 계도하고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는 청소년상담사 등 전문인력을 보호관찰소에 배치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범률이 1% 낮아질 때마다 연간 약 93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보호관찰 인력 증원을 통해 범죄 전력자에 대한 양적, 질적인 관리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범죄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과격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끔직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눈은 더욱 늘어나야만 한다.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보호관찰 인력의 부족은 결국 범죄 전력자들의 재범률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호관찰 인력 증원 주장에 대한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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