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1월 2일은 112의 날

  • 입력 2017.10.30 18:4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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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우리 경찰서 2층 남자화장실 ‘영혼이 맑은 사람이 잘 웃고, 잘 웃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글을 본 후 애써 웃는다. 

 영혼이 맑다해 잘 웃기야 하겠나마는 좋은 사람은 공감한다.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좋은 일이 많다면 살아볼 만한 가치 있는 삶이란 증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진 자들의 적폐청산과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기센 이들의 트집에 우리 서민들의 일상을 우울하다. 그나마 곱게 단풍 들어가는 인근 산들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11월 2일은 112의 날이다. 숫자 놀음에 무관심한 이들도 많지만 일상생활에서 112·119신고번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7년 3월경 처음 112부서에 발령을 받았다. 그때는 경찰서 단위로 직원들과 군복무 전투경찰이 담당 업무처리는 전투경찰이 주로 했다. 그 뒤 전투경찰이 빠지면서 직원들이 접수와 지령·상황관리를 하다 2012년 4월 수원 여성납치 살인범 오원춘사건 이후 112신고시스템으로 전환돼 접수는 지방청에서 지령·상황관리는 경찰서에서 하고 있다.

 지난 28일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문경 짚라인을 찾았다. 애초 16명이 동행키로 했는데 외줄타기 유격훈련 유형이라는 거부감인지 몰라도 인원이 줄어들어 대형버스를 취소하고 노오란 어린이집 승합차에 올랐다. 

 경비를 아끼려는 회장단의 고심이 엿보이면서도 어린이 좌석에 혹사시킬 다리를 살피며 안전벨트를 맸다. 그때 “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요” 맨트에 다들 “예” 파안대소다. 그래 마음이 편하면 되지 몸이 대수냐, 옆자리 동기들 표정이 환하다. 지난 2010년 졸업해 이어져 오는 연례행사인지라 그저 좋아들 한다.

 20년 전 112신고를 받으면 메모지에 기록한 후 해당 파출소·지서에 처리를 하달하는 식이었다. 112신고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각종 사건·사고 접수와 처리 일련의 과정에 C3개념(지휘·통제·통신)을 통합 체계화 했다.

 경찰통신망과 첨단 IT기술을 접목시켜 경찰출동요소를 신속히 현장에 배치, 필요한 조치를 지휘하고 현장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하는 등 초동대응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여기에 신고 관련정보를 숙지하고 장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 절박한 심정으로 경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고자에게 반드시 도움을 준다는 근무자의 마음가짐은 덤이다.

 관광버스를 이용치 않고 우리끼리라 출발시간도 자유롭고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들러 지역특산물을 살피며 여유롭게 맛난 간식도 먹었다. 

 칠순 형님은 저쪽 산자락은 야당 대표 고향이고 이쪽은 서울시장과 여당의원, 이곳은 롯데그룹 총괄 누구 저곳은 남명 조식 가풍을 이은 누구 등 고금을 넘나든다. 

 좌석은 조금 불편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경에 닿으니 재약산 불정이다. 수령 300년 느티나무 아래에 위장병과 피부병 안질에 특효가 있다는 부처샘에서 유래했다는 표지석이 있다. 짚라인 외줄타기 9코스를 무난히 할강한 후 마산어시장으로 이동, 활어에 가고파국화축제 야경에 놀랐다.

 오늘 아침 자전거 탄 손이 시리다. 일본열도를 휩쓴 태풍의 영향으로 옥상에 둔 거울이 박살났다. 회오리 바람에 따라온 찬공기가 매섭다. 추워지면 취객들의 신고는 줄어들 것이지만 노숙자의 객사가 염려되는 계절이다. 

 낮보다 밤 112신고가 많은데 추위로 역전될 기미다. 112의 날을 맞아 허위 장난신고는 남보다 자신을 위해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오늘도 24시간 ‘시간이 생명이다. 1초라도 더 빨리’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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