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 입력 2018.01.31 18:46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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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 노종욱 기자

 지난달 22일 캄보디아로 자원봉사를 갔다가 부상을 당한 산청중·고 학생 8명은 26일 최고의 한파 속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후 곧바로 서울대학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학생들 중 상대적으로 경미한 학생 2명은 귀가 후 경상대학병원에서 캄보디아 사고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으로 심리치료 등,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한 학생은 심한 후유증으로 재입원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중하다고 전해진 자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부상을 당했다고 알려진 다른 학생들도 서울대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골절 및 여러 군데 뼈가 금이 가고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급히 수술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특히 이 아이들은 위중한 자매들의 상태 때문에 정작 그들도 아프면서 아프다는 소리를 못한 체, 스스로 그 아픔을 참아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아이들 중에 몇 명은 지난여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당시 자원봉사를 마치고 귀국길에 봉사활동을 하며 친해진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겨울방학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찾은 캄보디아 입국 첫날 목적지로 향하다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비를 마련했고, 봉사의 참의미를 깨달은 어린 학생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은 전해지지도 못한 채, 전해진 안타까운 현실이 주위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지금 고통을 당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겪어야 될 현실 앞에서 더 고통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최소의 여행자 보험 가입으로 일정부분 치료비를 보장 받을 수 있겠지만 중상을 입은 아이들의 앞으로 진행되는 의료비 또한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사람으로서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기에 걱정이 되지만 먼 길을 떠나보냈던 부모들의 숭고한 뜻도 걱정으로 바뀌어 버린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부상을 당한 아이들의 쾌유를 빌면서 봉사에 임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본다. 그날 8명의 아이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목적지에 도착해 약속을 한 아이들과 반가운 해후를 했을 것이고, 그들이 계획한 봉사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아이들과 함께 보람된 봉사를 했을 것이다. 또한 봉사활동 기간을 마치고 또 ‘다시 오겠노라’는 기약을 뒤로 한 채 귀국길에 올랐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민간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국위선양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병상에 누워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재미지게 놀러 갈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섬김을 택한 것이다. 또 한창 사춘기를 맞아 예민해진 시기에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귀한 마음을 먼저 가진 산청의 아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지금 안타까운 산청의 아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지금 산청 지역에서는 이번의 아이들이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한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피해학생들을 돕기 위해 의료지원을 위한 성금모금 운동 여론이 일고 있다. 너무나도 다행인 것은 지역주민들이 부상을 당한 아이들의 아픔을 남 일로 생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뭐라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는 산청 중·고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 사고 즉시 사고수습대책반을 꾸리고 상황에 대처한 산청군과 산청교육지원청. 모두가 이번 일로 산청군의 교육에 대한 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이제는 부상학생들이 빠른 쾌유와 일상생활 적응에 온 지역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학생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듯이, 산청군 전체가 합심으로 부상학생들의 쾌유와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보여준 산청출신 박항서 매직의 저력도 산청의 힘인 것이다. 이제부터 간절함으로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산청의 저력을 보여주자.

 약속의 파기를 쉬이 여기는 기성세대들에게, 산청의 아이들은 약속의 지킴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값진 교훈을 보여준다. 그래서 산청의 아이들의 사고가 더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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