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사망사고’ 남의 일이 아닙니다

  • 입력 2018.02.11 17:42
  • 수정 2018.02.11 17:43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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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경감
▲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경감

 아침 6시 30분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아직 날이 밝지 않은 탓도 있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페달이 무겁다.

 매일 다니는 길인데 오늘따라 멀기만 하다. 상향등 불빛에 의지한 채 치달리는 승용차 굉음에 놀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서늘한 기운이 귀를 때린다.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친구가 준 손장갑을 살펴도 물기가 없다. 하이마트 앞에서 건너편 지구대 사무실을 쳐다보니 현관문 불빛은 환한데 순찰차가 1대도 없다. 이 시간 순찰차가 없다는 것은 관내 신고출동이 많다는 것이다.

 밤을 하얗게 새운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자전거를 대놓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때 지역소식지를 가져다주는 낯익은 분이 보여 따뜻한 커피를 건네자 나이 들면 잠이 없다하더니만, 일찍 출근하면 젊은 직원들이 불편할 것이라 한다.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잠이 깨면 맨 먼저 휴대폰을 열어 메모를 살피고 혹시라도 관내 돌출상황이 없었는지를 살핀다. 빨리 출근하고픈 꿈에 알람신호 없이도 일찍 일어나자 선잠을 깬 아내가 푸념이다. 좀 더 자도 되는데 낮에 괜찮은지를 물으며 아침밥을 챙긴다.

 출근 확인을 위한 지문등록을 하고 근무복을 갈아입기 위해 2층 계단에 한발을 띄는데 “교통사망사고인 것 같다”는 다급한 신 팀장의 울림에 급히 문을 닫고 무전망에 귀를 세웠다. 박물관역 앞이라 해 현장으로 나섰다.

 부산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14번 국도를 관통하는 편도3차로 사거리로 6시 50분인데도 출근차량 행렬에다 연이어 도착한 순찰차 경광등과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스럽다. 무쇠뿔처럼 툭 튀어나온 거대한 포크레인 뒤 도로에는 하얀 천에 덮인 피해자가 누웠고 그 위로 슬픔을 담은 진눈깨비가 말없이 내렸다.

 얼마나 아팠을까. 한마디 말없이 유명을 달리하신 할머님의 넋을 향해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며 용서를 구했다. 출근길 귀를 때린 서늘한 기운이 진눈깨비를 교통사망사고를 예고했는데도 대처치 못한 미혹함에 분노하며 뒷수습을 한 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동료들에게 당부하며 예방순찰에 나서도록 했다. 

 교통조사요원으로 일할 때 한번은 하루 4건 발생한 교통사망사고를 처리한 일이 있었다. 인력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조금만 더 산자들이 주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고가 더 많았다.

 과실범으로 치부돼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이들에 대한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까. 평생을 두고라도 억울하게 희생된 분에 대한 죄책감에 발 편히 잠들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핸들을 잡기 전 나와 약속해야 한다. 규정된 속도를 지키고 약속된 신호에 따라야 한다고. 문명의 이기도 되지만 한순간 흉기 돼 내 자신을 내 가족을 해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정된 인원으로 관내 전체를 지킬 수는 없지만 14번국도 김해대로와 내외중앙로·금관대로만이라도 개선해야 할 시설을 살피고 열심히 예방순찰을 돌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남의 일이 아닌 교통사망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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