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목소리] 칼의 손잡이를 쥔 사람과 끝을 쥔 사람

  • 입력 2018.02.11 19:02
  • 수정 2018.02.26 11:2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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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칼의 손잡이를 쥔 사람과 끝을 쥔 사람은 같은 칼을 쥐고 있어도 형편은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엔 이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조그만 권한을 가졌다고 힘없는 이웃과 동료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예비군복만 입어도 우리는 권한을 가진 줄로 착각하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 위에서 군림하려 한다’는 유행어가 나돌고 있다. 

 특히 요즘 H군엔 군청 기자실 출입을 두고 도내 일간지 3~4개사와 군내 주간지를 비롯 일간지·통신사 등 언론사 기자들간의 다툼이 한창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군청 모든 실·과가 출입문을 투명유리로 교체하고 민원인들의 출입을 손쉽고 편안하게 하고 있으나, 기자실은 자신들이 개설한 고유영역으로 여기고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나무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그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있다.

 이와함께 고정 책상·의자 등 어느누구도 근접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군청을 출입하는 타 언론사들은 기자실의 책상과 의자를 비롯 전화비, 인터넷 비용 등 모든 경비를 군이 부담하는 만큼 취재가 필요한 전국 어떤 언론사 기자들도 출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지는 모르겠으나 도내 몇개사 출입기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도 인정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내가 가는 길을 왜 너가 막느냐?’는 막무가내식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고 있다.

 노사분규현장에서 최소한의 임금을 주장하는 노동자와 이들의 땀으로 이룬 많은 부를 독식하려는 사주와의 싸움도 칼의 손잡이와 칼끝을 쥔 것처럼 형편은 다르지만 이들의 주장은 칼끝을 쥐고 초라하게 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값질 것이다.

 문제는 칼의 손잡이를 쥔 사주가 노동자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쫓아가는 현사회의 실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주먹세계에서도 ‘때린 사람은 맞은 사람을 치료해 주고, 맞은 사람은 때린 사람을 고발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는 데, 우리사회의 지식층이라고 자부하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기업주, 직장의 상사들은 자신들이 손가락질 하는 폭력배보다도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지를 논하기 전에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답답할 뿐이다. 

 ‘정확한 판결보다는 원고와 피고 간의 합의를 봐주는 판사가 명판사이다’는 말처럼 다소 부족하고 모자라도 다툼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칼 손잡이를 잡은 사람은 칼끝을 잡은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칼 끝을 잡은 사람도 손에 피를 묻혀가며 칼 손잡이를 잡은 사람에게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자기주장만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유태인의 삶의 철학 중 ‘가장 편안한 삶은 다툼없는 삶’이란 말이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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