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도 자살을 꿈 꾼 적이 있나요?

  • 입력 2018.02.18 18:01
  • 수정 2018.02.18 18:0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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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경감
▲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장 경감

 

 언젠가 한번은 누구나 가야 할 길이라 먼저 간 것인지 몰라도 너무 일찍 갔다. 체육공원 주차장 구석진 곳에 차량을 대놓고 삶의 마무리를 준비한 냉철함이 두렵다. 조수석에 소주 2병에다 맥주 1병 옆에 타다 만 숯덩이다.

 차문을 열자 소리 없는 바람에 번개탄 재가 날린다. 서류봉투에 꼽힌 흔적들은 산자에 남긴 응어리다. 누군가 한 점 구름이 뭉친 것이 삶이면 흩어짐은 죽음이라 했고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 했는데 젊은 나이에 허망하다. 그나마 지닌 휴대폰 위치 때문에 남들 눈에 띄기 전에 112순찰요원들에 발견됐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는 14년째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지난 2016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하루 평균 36명 자살로 통계됐다. 김해시 통계는 지난 2013년 26.4명에서 지난해 59명으로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혼자만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생명까지 해치기도 하고 인터넷 등을 통한 동반자살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80년대 중반 걸음마 초보경찰 때 도둑 잘 잡고 도둑이 들지 않게 순찰 잘 도는 것이 최고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경찰의 역할도 많이 달라졌다. 그 당시는 생각하지 못한 위험방지 항목에 자살예방이 삽입됐다.

 자살을 앞 둔 이들을 분석해보면, 경제적 어려움과 이성문제·정신질환·가정불화·외로움과 고독·원만치 못한 대인관계 등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을 계획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예방을 돕는 사람을 일컬어 ‘생명지킴이’라 하는데 우리 지역에도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자살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자살하려는 마음은 돌이킬 수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제는 살던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목을 매달고 오늘은 한적한 공원 주차장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112종합상황실에 근무 때 하루 3∼4건 자살의심 신고에 애를 태웠다. 낮은 다행이지만 보통은 밤이라 현장에 동원된 직원 고충은 말로 다 표현키 어렵다. 심지어 자다 동원된 의경들은 밤을 낮 삼아 자살기도자를 찾았고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목숨을 구해 가족에 인계된 사연도 많다.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는데 왜 이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 하는가. ‘생명지킴이’는 자살 예방으로 ‘생명(을) 배달’하는 이다. 자살을 앞둔 사람을 생생하게 보기·명확하게 묻기·배려 깊게 반응하기·달라지도록 돕기를 통해 자살충동을 막아 사회구성원으로 되돌린다.

 주변에 “나는 아무 쓸모가 없어” 등으로 자살을 예고하는 이가 있다면 생생하게 보고,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생생하게 묻고 “많이 힘드시겠어요” 배려 깊은 배려로 자살의 충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살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난해 집안 어른내외분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환갑을 앞둔 아들이 연탄가스를 피워 동반자살을 해 조용한 시골마을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원인은 돈이지만 부모까지 죽음으로 이끈 사악함에 모두가 놀랬다.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남은 축복받은 일이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죽을 각오로 살아봄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혼잡한 거리를 벗어나 떠들고 싶으면 산에 올라 고함을 쳐도 좋다. 자살을 꿈 꾼 이여! 가슴을 열자. 멀지 않아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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