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영미!’ 의성 딸들...金보다 값진 컬링 ‘은메달’

스포츠 역사 새로 쓴 ‘컬링’
한국은 “영미야~” 열풍
외신도 ‘마늘걸스’ 주목

  • 입력 2018.02.25 18:03
  • 수정 2018.02.25 18:06
  • 기자명 /박혜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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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져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의 김경애, 김영미 자매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져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의 김경애, 김영미 자매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금5, 은8, 동4 총 17메달로 7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국민적 선풍을 이끌어낸 종목은 단연 여자 컬링이다.


 ‘영미 영미’ 국민 신종어까지 만든 여자 컬링은 골프 박세리, 피겨 김연아에 이어 우리나라 컬링의 저변확대가 확실해 보인다.


 스킵 김은정(주장),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후보 김초희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은 ‘컬링 종주국’ 영국과 숙적 일본까지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25일 오전 9시,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스웨덴(스킵 안나 하셀보리)에 3-8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한국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스웨덴에 고전했다. 1엔드는 후공으로 시작해 1점을 얻었지만 이후 연이어 점수를 내줬다. 2엔드에서 누구도 점수를 가져가지 못한 뒤 스웨덴이 경기를 주도했다. 3엔드 한국이 선공으로 나서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나갔지만 스웨덴의 연이은 테이크아웃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스킵 김은정의 마지막 샷마저 빗나가면서 2점을 내주고 8, 9엔드에서 한 점씩 주고받다 3-8로 승부가 기울자 한국은 기권했다. 

 

▲ 투구하는 김은정
▲ 투구하는 김은정

 

 이날 온 국민의 열망에도 아쉬운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들이 목에 건 메달은 금메달 그 이상의 결과물이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이들은 모두 의성여고 출신이다. 척박한 시골마을 의성군이 지금 세계인 이목이 집중된 계기는 경북컬링협회 오세정(63) 회장과 김경두(63) 전 회장(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의 피나는 열정 때문이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아대학교 레슬링 선수 출신인 이들은 90년대 후반 의기투합해 캐나다로 컬링 유학길에 올랐다.


홈스테이와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며 생소했던 컬링기술과 선수육성법을 배워 귀국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는 컬링은 생소했고 당연히 컬링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은 귀국 후 당시 이의근(80) 경북도지사, 구미시 등을 방문, 비인기 종목 컬링을 소개했고 연습장 건립을 당부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명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당부를 진취적으로 받아들인 자신들의 은사 의성고등학교 교장 출신 정해걸(78) 의성군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드디어 2006년 5월, 시골마을 의성에 4시트 국제규격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 전용컬링센터가 문을 열었다.


 결국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비인기 종목 컬링은 평창동계올림픽 동안 수 많은 패러디를 양산해 내며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종목으로 등극했다.

 

▲ 여자 컬링 은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김은정(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
▲ 여자 컬링 은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김은정(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


 결승전이 벌어지던 의성군은 축제 분위기였다. 의성실내체육관은 이른 새벽부터 선수가족, 의성군민, 학생, 공무원 등이 500여 명 참석해 “영미야~” ,“금메달 가즈아~”를 외치며 한마음으로 열띤 합동응원전을 펼쳤다.  

 

 한편, 여자 컬링 대표팀이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마늘소녀(Garlic girls)’라는 애칭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최대 농특산품 의성마늘 홍보 효과에도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컬링의 메카’로 자리잡은 의성컬링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물론, 외국 선수들의 전지훈련과 베이스캠프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기에 이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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