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운 칼럼] 로힝야 난민촌 방문 단상

  • 입력 2018.02.25 18:47
  • 수정 2018.02.25 18:4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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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운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박세운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많이 있다. 북한의 탈북자 중에도 미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정착한 사람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장에 나타나서 북한의 인권실상을 폭로한 사람도 난민이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 난민은 그 숫자가 70만 명에 달하고, 지금도 계속 유입된다고 한다. 

 필자가 올해 1월에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난민의 주거지 집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참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인구가 약 100만 명 정도로 미얀마 서부 리카인주에 모여 살고 있었다.

 그런데 미얀마가 인권운동가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집권한 후에 미얀마의 탄압의 심화로 탈출 러시를 이뤄 아웅산 수지 여사가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인권운동가도 다른 민족의 인권까지 챙길 여유가 미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로향야족은 회교도이어서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도 있지만, 다른 문제는 영국의 식민지 정책과 직접 관련이 돼 있다. 

 이들은 영국 식민지 정책의 희생자인 셈이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소련으로 이주했다가 중앙아시아 쪽으로 강주 이주된 고려인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1885년 미얀마는 영국의 식민지이었는데, 바로 옆 방글라데시에서 로향야족을 미얀마로 데려가서 농사를 짓게 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던 토착민인 미얀마 사람들은 로향아족에게 토지를 빼앗겨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게 됐다. 확실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영국을 등에 업고, 미얀마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미얀마가 독립하면서 상황은 반전이 돼 이제는 미얀마 사람이 로향아족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영국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유니세프와 같은 국제구호단체가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들을 보다 생활여건이 좋은 인근 섬으로 이주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실현은 되지 못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팍스바자르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을 끼고 있는 관광지이다.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외국인에게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팍스바자르의 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약 30~40분 되는 거리에 난민촌이 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빈국이어서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고, 생활 여건도 좋지 않다.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 국제공항은 모기로서 악명이 높다. 국제공항이 이와 같은 상태이니 다른 곳을 말할 필요도 없다. 

 필자는 이 공항에서 모기에 무수하게 물렸다. 방글라데시의 환경이 좋지 않으니까 난민촌의 환경은 더 나쁠 수 밖에 없다. 

 영국의 식민지 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로힝야족은 미얀마로 이주했고, 로향로족의 일부 사람은 영국 정부의 힘을 등에 없고, 영국 식민지 시대에 미얀마에서 악행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힝야족의 평범한 사람은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특히 어린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들의 참상을 보니 눈시울이 적셔 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악행을 저질렀던 사람은 다른 곳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는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고,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힘 없는 민족 또는 국가는 설움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돌아오는데, 차창 밖의 풍경이 천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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