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초심을 잃지 않은 공직생활 42년

  • 입력 2018.03.06 15:27
  • 수정 2018.03.06 15:32
  • 기자명 /이오용·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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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애 산인면장
▲ 전경애 산인면장

 

모범 공무원의 표본
전경애 산인면장

항상 즐겁고 기쁜 마음
“면민을 내 식구 같이”
입곡군립공원 개발 포부

 

 지난해 7월 5일 함안군 5급 전보 인사발령 난에 다른 승진자 명단과 함께 ‘산인면장 전경애’란 이름이 또렷이 기재돼 있었다. 이는 전경애 면장 공직생활 42년의 결정체다.


 의령군 칠곡면이 고향인 전 면장은 지난 1976년 6월 1일, 지방보건요원으로 법수면사무소에 공무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의 기쁨은 가히 다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 그 자체뿐이었다”고 전 면장은 회고했다.


 ‘항상 즐겁고 기쁜 마음을 앞세워 열정적으로 일한다’는 그의 신념은 곧 한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법수·함안면민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전 면장은 함안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지난 2008년 10월, 함안면 북촌리에 기거하는 결혼이민자 딜라(여·당시 25·우즈벡)씨의 딱한 사연을 듣게 됐다. 그는 국제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보물 같은 아들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아들이 태어난 직후 남편이 쓰러져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딜라 씨는 출산 후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남편을 위해 밤낮으로 동분서주한다는 말이 전 씨에게 전해졌다.


 평소 의협심과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전 씨는 이들의 생활비·항암치료비·골수이식 수술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언론을 통한 모금과 각계에 도움을 요청, 그 결과 모금액 3000여 만 원을 딜라 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결국 남편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으나 이 미담은 곧 함안면민들에게 전해져 전 씨의 의로운 봉사정신이 깊이 각인됐다.


 또 지난 1999년 4월 초, 법수면 사회복지·보건 업무를 담당하던 때 법수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40대 중반 최 모(여)씨를 대동하고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남편·아들·딸 네 식구가 대평마을 한 축산농가 일을 도와주며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은 일하던 곳에서 3개월분 월급을 몽땅 챙겨 아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설상가상 격으로 축산농가 측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했으니 집을 비우라”고 독촉해 당장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딸아이가 학교에 매달 저축해 놓은 돈을 찾으러 학교를 방문했다고 교장선생님은 전했다.


 사연을 전해들은 전 씨는 이들의 임시거처를 ‘법수노인회관’으로 정하고 곧 이삿짐을 옮겨줬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사한 다음 날 새벽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최 씨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 임산고통을 알게된 인근 주민이 119에 신고한 후 병원으로 긴급이송중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달려간 전 씨는 엉망이 된 최 씨를 깨끗이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집으로 달려가 미역국을 준비해 아침을 먹게 해줬다.


 이어 전 씨는 면사무소에서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서류를 작성해 함안군에 보고하고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엎친데 겹친 격의 어려움은 또 발발했다. 임시거처 ‘법수노인회관’을 비워달라는 독촉이다.


 전 씨는 법수면을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구)악양마을회관이 비어있다는 정보를 입수, 다음 날 악양마을 이장과 지역 유지들을 일일이 만나 최 씨 입주를 당부했다.


 전 씨는 고마운 마음을 앞세워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 도움으로 3년간 방치 돼 있던 마을회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이삿짐을 옮겼다.


 그런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무렵, 산모 최 씨가 10여 일 간 입원 후 퇴원하는 당일 병원 측은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전 씨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마산삼성병원으로 아기를 이송, 병원 담당자를 만나 사연을 전하고 도움을 요청해 치료비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존재감은 법수면의 ‘등대불’이라는 수식어로 지금까지도 불려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보건복지, 주민생활지원, 자원봉사 등 과중한 업무가 연일 켜켜이 쌓여갔지만 불평, 불만은커녕, 오히려 웃음을 잃지 않고 장애인, 불우한 모자·부자·노인세대를 찾아다니며 고충을 들어주고 문제점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 함안군 산인면에 위치한 ‘고려동 유적지’.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정신으로 고려의 충절을 지킨 이오 선생의 고려인 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돼 복원 되었으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남도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됐다.
▲ 함안군 산인면에 위치한 ‘고려동 유적지’.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정신으로 고려의 충절을 지킨 이오 선생의 고려인 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돼 복원 되었으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남도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됐다.


 여기다 면사무소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을 내 가족으로 생각하고 커피대접은 물론, 민원처리가 끝날 때까지 불편 없는 민원서비스를 펼쳐 민원인들이 ‘내 집 같은 면사무소’라고 할 만큼 법수면사무소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다정다감한 그는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모르는 것을 어린아이에게라도 배워야 한다면 서슴없이 배워야하는 용기와 개척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항상 즐겁고 기쁜 마음을 앞세워 열정적으로 일한다’는 ‘억척이’ 전경애 면장에게도 참기 힘든 가슴 아픈 슬픔이 찾아왔다.


 지난해 7월, 항상 곁에만 계실 줄 알았던 하늘 같은 어머니가 운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슬픔의 늪에서 전 면장을 뭍으로 끌어올려준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 전윤갑 씨였다.

 

▲ 동생 전윤갑 씨와 전경애 면장
▲ 동생 전윤갑 씨와 전경애 면장

 고향 의령군청에 근무하는 전 씨는 올 1월 의령군의회전문위원(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전 면장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이는 곧 고향 의령군 칠곡면의 자존심이자 자랑거리로 부각됐다.


 척박한 시골마을 칠곡면에서 고위공무원 남매가 탄생됐다는 사실은 고향은 물론, 전 씨 가문의 영광 아니겠는가?


 전 면장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사랑하는 동생 전윤갑씨 아내 역시 의령군청 재무과 공무원으로 가정의 화목을 주도하고 있어 가족의 버팀목이라고 전 면장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전 면장의 이같은 화기애애한 소식을 전해들은 산인면민들은 “가정이 평안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며 “전경애 면장님은 고부간 갈등 없는 모범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곳곳을 자신의 집처럼 세심하게 돌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의 말처럼 전 면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곳곳 순찰을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곳엔 어김없이 ‘안전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지역 경로당은 빠짐없이 순회하면서 불편사항 점검과 철저한 개·보수를 실행했다.


 특히, 지난해 가뭄으로 농민들이 애를 태울 때 전 면장은 농·배수로 정비, 지하수를 개발해 풍년농사로 이끌어 지난해 수매 시 사상최고 우수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면사무소 내에 쉼터, 면사무소 입간판 설치, 도색, 창호보수 등을 실시해 면사무소를 아방궁으로 변형시켜놨다.


 그리고 전 면장은 곁에 안 계신 어머님 생각이 앞서 관내 장애인시설 ‘로사의 집’, 노인요양시설 ‘건강한 부모님의 집’을 수시로 방문해 어머니 같은 노인들을 위로 하고 있다.

 

▲ 함안군 산인면 운곡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물 ‘오비각’ 독촌공(獨村公) 조종영(趙宗榮)의 효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운 정려각(旌閭閣)이다.
▲ 함안군 산인면 운곡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물 ‘오비각’ 독촌공(獨村公) 조종영(趙宗榮)의 효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운 정려각(旌閭閣)이다.


 한편, 지난해 7월 산인면장으로 취임한 전 씨는 관할구역인 입곡군립공원 개발을 꼭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면장은 “군립공원 산인 입곡지를 농업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관광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제는 벼농사만 짓고는 살기가 어려운 시대다. 함안군 관문인 산인면은 아직도 수도작(水稻作)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축산, 과수 등 복합영농과 관광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지역민의 소득이 한층 증대될 것”이라며 지역발전론을 제시했다.


 이어 전 면장은 “입곡지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우선 무빙보트와 짚와이어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또 산인면의 자랑이라면 기념물 56호 고려동유적지, 자양산 등지는 관광지로 조성하면 외지 관광객 발길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유력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 되어 행복한 희망도시 함안’ 건설을 위해 전 면장은 “열정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함안군 산인면 입곡군립공원 전경. 봄이면 저수지 주변 산책로의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 함안군 산인면 입곡군립공원 전경. 봄이면 저수지 주변 산책로의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전경애 면장은 ‘봉사’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전 면장은 “42년 간 공무원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선·후배들의 격려와 도움이었다”면서 “가정에서는 큰 꽃, 작은 꽃, 웃음꽃이 피울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 준 남편과 후원자 격인 아들 며느리 손자재롱 등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포근한 행복감을 여과 없이 표명했다.


 이어 전 면장은 “행복의 울타리 안에서 이제는 국내봉사와 함께 해외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티 없는 미소를 여운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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